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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화강고래 Jun 23. 2024

둘째가 아니라서 모르잖아요?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164

엄마 아빠는 첫째라서 제가 얼마나 힘든지, 둘째가 아니라서 모르잖아요?


한두 번도 아니고 자칫 평생이어질 딸의 불만이 또 터져 나왔다. 남편과 나는 첫째라서 둘째인 자신의 고충을 모른다며 오늘도 딸은 운다. 오빠만 챙겨주고, 자기는 관심밖이라고 몇 마디 하다가 눈물을 훔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둘째인 여동생은 언니는 큰 딸이라, 동생은 아들이라 관심을 받고 자랐으나 자신은 가운데 껴서 부모의 관심이 덜해 스스로 알아서 살아야 했다고 자주 말했다. 시누이도 오빠인 남편에게 관심의 촉이 향해 있었다고 지난날의 서운함을 드러낸 적이 있다. 둘째도 첫째의 마음을 모를 텐데 말이다. 


중학교 입학 후 첫 시험을 2주 정도 앞둔 아들은 아무 생각이 없다. 한 달 전에 시험범위와 일정이 발표되었지만 1도 관심이 없었다. 조용히 지켜봤다. 그러다 주말을 맞아 이제는 도움을 줘야 할 것 같아 아들에게 평가문제집을 건네주며 공부법을 설명했다. 국민학교 때부터 시험에 익숙했던 우리 세대와 달리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 석차가 나오는 시험을 본 적이 없어 시험 대비법을 모르는 듯했다. 특히 우리 아들같이 시험에 관심 없는 남학생이라면 하나라도 더 알려줘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생겼다. 공부하고 결과를 받아보며 뭔가를 깨닫는 시간을 갖기를 바라는 욕심이 드러난 순간, 딸의 반응이란,


"제가 시험 볼 때는 관심도 없고 가르쳐주는 것도 없더니 오빠만 너무 챙겨주면 어떡해요? 소외감이 느껴져요."

"소외감? 너는 시험을 안 보잖아?"


처음으로 학교 시험을 본다기에 참다 참다 아는 척을 했을 뿐인데, 그것도 공부를 봐준 것도 아닌데, 딸은 학교시험과 학원시험을 구분하지 않고 그저 자신이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해 서럽다고만 했다. 쌓인 게 많다고는 하나, 대체 뭘 그리 차별을 했다는 건지 우리 부부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자연스럽게 오빠와 자신을 매사에 비교한다. 공부하라는 말을 듣기 싫어하길래 자유롭게 뒀더니 이제는 공부이야기를 안 해준다고 서운해하다니. 딸은 딸대로, 아들은 아들대로 개성을 인정하며 맞춤 교육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똑같이 했어야 했을까? 


열손가락 깨물어서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들 한다. 자식으로 살고 부모로 살다 보니 유독 아픈 손가락이 있고 덜 아픈 손가락이 있긴 하다. 하나라도 챙겨줘야 같은 자식이 있고, 마음이 더 가는 자식이 있다는 말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간다. 사람의 본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치우치는 부분도 있다. 그래도 열손가락이 크기와 쓰임새가 다르지만 중요하듯 자식도 그렇다고 믿는다. 10살 같은 딸과 눈을 맞추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계획을 짰다. 아직은 어린 딸의 서운함을 매번 들어주고, 달래주고, 우리 부부에게서 느낄 소홀함을 메꾸기 위해 노력 중이다. 비교의 습관에서 벗어나 딸이 자신만의 삶의 방향을 찾아 독립적으로 걸어갈 수 있게 잘 도와주고 싶다. 둘째라서 서럽다는 말이 딸의 입에서 제발 나오지 않게 성장을 옆에서 살피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힘을 낼 것이다. 늙어서까지 듣고 싶지 않다. 

"엄마아빠가 첫째지만 둘째인 저를 잘 키워주셨어요"라는 말을 듣고 싶다. 




* 배경 이미지는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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