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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화강고래 Jul 01. 2024

남는 건 사진과 맛?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170

지난주 2024 국제도서전에 다녀왔다. 2018년에 혼자 방문한 이후 올해는 지인과 함께 코엑스를 찾았다. 넓은 전시장을 가득 메운 출판사 부스와 사람들로 평일 오전은 소문난 잔치집처럼 북적거렸다. 시장통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다행이네"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마케팅이 기본이네!"

"책만큼 아니 책 보다 굿즈에 관심이 많네!"


혼자 와서 쓰윽 둘러보고 가기에는 어쩐지 아쉬울 것 같은 분위기였다. 동행자가 있어 얼마나 다행스러웠던지.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처럼 이곳저곳 거리낌 없이 기웃거릴 수 있게 발걸음이 가벼웠다. 구경 삼매경에 빠져 있을 무렵 어디선가 북장단에 맞춘 음악 소리가 우리를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부스 앞에서 전통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남성들로만 구성된 공연에서 장단도 춤사위도 부담 없이 흥을 돋웠다.



공연을 본 김에 주빈국이라며 입구에 잘 꾸며진 사우디아라비아관에 발을 들였다. 문화관처럼 꾸며진 곳을 둘러보다가 화려한 의상 앞에 섰다. 소주잔 크기의 종이컵에 커피 한잔을 따라 주길래 호기심에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커피는 낯설었다. 처음이었다. 우리말을 능숙하게 하는 서글서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여학생을 마주하고 마신 커피는 익숙한 커피맛이 아니었다. 노란색 생강차 같은 씁쓸한 맛에 커피 향이라고는 거의 없었다. 생강과 사프란이라는 향신료가 커피와 섞였다는 간단한 설명을 들으며 한 모금 마셨는데 우리나라 전통차 느낌이 강했다. 

아라비아커피는 사우디산 커피콘 로스트에, 향신료 사프란(saffron), 생강, 정향(cloves), 머리를 맑게 하는 카더멈(Cardamom) 등, 지역에 따라, 계절에 따라 다양하게 여러 기호에 맞춰 건강 첨가물을 넣는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6/0002088865?sid=103

혼잡한 전시장의 섬 같은 곳에서 잠깐 휴식을 취했다. 먹는 것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거부감 없이 나처럼 선뜻 시음한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도서전의 기억 속에 사우디커피를 시음한 기억이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주객이 전도되어 웃기지만 평범하지 않은 낯선 세상의 맛을 기억할 것이다. 세상은 넓다, 커피맛도 다양하다. 한 가지만 알고 살기에는 흥미롭고 새로운 즐거움이 넘쳐난다. 


슈크란

아스완


"감사합니다"와 "천만에요."도 같이 배웠다. 언제 누구를 대상으로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몇 번이고 따라서 발음하고 슈크란과 아스완을 마지막으로 주고받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지인과 함께 웃으며 출판사들의 부스를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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