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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화강고래 Jul 04. 2024

행복의 값은 얼마일까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173

잠깐 장마가 멈춘 틈에 후텁지근한 여름의 맛이 온몸을 감쌌다. 잠시 외출하고 돌아왔을 뿐인데 땀으로 젖어 대충 씻고 선풍기 앞에 앉아 열을 식혔다. 오늘따라 어딘지 모르게 2프로 부족한 상쾌함이 자리를 잡았다.


아이들이 하교할 시간에 맞춰 에어컨을 틀어 쾌적한 실내를 만들었다. 여름 과일 중에 가장 좋아하는 복숭아도 식탁에 준비했다. 역시나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엄마 너무 더워요! 더워!

안 그래도 덥길래, 시간 맞춰 에어컨 틀어서 금방 시원해질 거야.

너무 좋아요. 시원하다!

선물하나 가져왔어요. 눈감아봐요.

아, 부채네.

제가 쓰고 만든 거예요. 문구가 좋아요.

나도 선물하나 줄게.

복숭아 먹어봐. 한팩에 5개 들어있더라.

얼만돼요? 비싸겠다.


아. 너무 행복해요. 엄마 고마워요!

아빠한테도 감사해. 힘들게 일해서 우리가 시원하게 지내고 맛있는 거 먹고 있잖아. 옛날에 외할머니도 그런 말했는데 나도 똑같이 하네.


"행복은 가까이 있다.

그러나 그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딸이 한 말이다. 누가 언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말의 맛이 다르다.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본 사람처럼 말하니 웃겨서 맞장구를 쳤다. 맞다. 행복을, 일상의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도 어느 정도의 돈은 필요하다. 

에어컨을 튼 전기세와 복숭아 값이 오늘 추가된 행복의 값이었다.


딸이 만든 부채와 복숭아  



가끔은 잊을 만한 인생의 깨달음을 아이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재차 확인하며 산다. 무덤덤한 아들과 달리 순간을 놓치지 않는 딸 덕분에 어느 순간부터 딸은 나의 작은 선생님이자 브런치 글쓰기의 뮤즈 되었다.


유튜브와 인스타의 영향 때문인지 딸은 자주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친구들도 부자가 꿈이라고 할 만큼 어려서부터 부족함 없이 자라온 아이들은 바라는 건 많고 노력은 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여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돈으로 거의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나 건물주의 자식을 가장 부러워한다는 우스개말도 있을 정도로 누구든 몸은 아끼고 편히 살고 싶어 하는 세상이다. 물생심이라고 딸과 나는, 보면 사고 싶은 것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다. 그러나 잠깐 바라다가 꿈을 깨듯 현실로 돌아온다. 집안 재정상태를 알기에 즉각적인 물질적 욕구 충족에 굴하지 않고 통제력 있는 일상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덕분에 사용가치에 초점을 두고 돈을 소비하며 작은 것에서 느끼는 만족감은 상대적으로 커졌다. 딸은 소소한 행복의 느낌도 안다. 손글씨를 써서 만든 부채를 나에게 건네며 부채질을 해 줬다. 가족 간에 서로 챙겨주는 마음은 기본에, 물질적 가치가 보너스로 추가될 때 행복감이 커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행복에도 가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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