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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화강고래 Jul 29. 2024

곁에 있을 때 잘하자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188

호카라는 신발 알아?

응. 비싼데 발이 편한 신발이라고 들봤지, 왜?

사주게.

나를?


갑자기 신발을 사주겠다는 남편을 따라나섰다. 생일 선물을 사주려나 싶어 물어봤지만 그냥 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유 불문하고 설레었다. 평상시에도 생일에도 직접 선물을 사주는 경우가 없다 보니 감동의 파도가 출렁거렸다. 나를 생각하고 챙겨주는 마음을 표현해 주는 것으로 족했다. 행복했다. 전국을 통틀어 10개도 안 되는 호카 매장은 대부분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 다행히 집에서 가까운 수원 타임빌라스 매장이 있다길래 구경이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둘이 리뉴얼된 롯데몰에 도착했다. 경기불황이니 뭐니 해도 우리처럼 오래간만에 나온 사람들까지 합세해 북적거렸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호카 매장에도 핫한 러닝화를 신어 보고 구입하는 사람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이렇게 인기가 많구나를 실감했다.


                                                                         


매장 앞 풍경



다들 어디서 듣고 왔지?

우리가 알 정도면 남들도 알지 않겠어?


둘이 연신 낯선 브랜드 신발의 인기에 놀랐다. 못생겼지만 가볍고 오래 걸어도 발이 편하다는 광고와 후기가 진심이었나 보다. 근처 나이키 매장과 뉴발란스 매장은 상대적으로 한산해 호카의 유명세를 더욱 실감했다. 사이즈 품절이 많았고 언제 입고될지도 불확실하다는 직원의 말이 소비자들의 소비욕구를 부추기는 것 같았다. 러닝화, 트레킹화, 일상화로 구분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못 생기지 않은 화려한 색깔의 신발과 평범한 색깔의 신발이 두루 진열되어 있었다. 발이 큰 나는 남성화 중에서 클리프톤 9 모델의 무난한 오트밀 화이트로 골라 신었다. 애용하는 뉴발란스보다 가볍고 발을 잡아주는 안정감이 느껴졌다. 평상시 신는 신발보다 약간 더 비쌌지만 이왕 사주겠다는데, 머릿속에서 숫자는 지웠다. 그냥 고맙게 받기로 했다.


운동화 하나로 하루에 7 천보에서 1만 보 정도는 가뿐히 걷는 내가 이왕이면 편하기를 바란 남편의 마음이 호카를 통해 전해졌다. 


"잘 걷고 건강해. 신어보고 좋으면 또 사."

"아프지 말고 건강해져"라는 특명을 부여받은 신발을 신고 매일 탄천길에서 남편의 얼굴을 떠 올릴 것 같다.


남편은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최근에 말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아이들이 부모의 관심을 슬슬 사양하며 밀어내는 듯하자 남편은 섭섭해했다. 애들한테 돈을 조금이라도 더 남겨 주려고 애쓰기보다는 우리에게 더 집중하자는 말을 했다. 아픈 나를 챙겨주는 것도 있지만 아이들이 성장하면 끝까지 남는 건 부부밖에 없다는 생각이 미치자 나에게로 관심의 방향을 돌린 것 같다. 올해는 같이 있지만 울산에서 부르면 언제라도 혼자 내려가야 하는 직장인의 운명을 벗어날 수 없어 곁에 있을 때 잘하자라고 마음을 먹었나 보다. 


백년해로의 약속을 지키며 앞으로도 서로 아끼며 성장해가고 싶다. 남는 건 부부뿐이다. 홀로 남은 엄마를 보면 아빠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 보는 사람도 그런데 본인은 얼마나 절실하게 느낄지 상상조차 어렵다. 가끔 티격태격해도 서로 기대어 살아가시는 시부모님에게서 해로하는 부부의 평온함과 존경을 느끼고 배운다. 


곁에 있을 때 서로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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