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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화강고래 Jul 28. 2024

편한 편의점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187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주인언니가 웃으며 나를 쳐다본다. 아는 사이가 된 지 몇 달이 흘렀다. 1주일에 한번 엄마가 계시는 요양병원에 때마다 이곳을 찾는 일이 루틴이 되었다. 건물 1층에 있던 슈퍼가 사라지고 편의점이 들어온다고 아쉬워했던 엊그제 같은데 사람 참, 원래 있던 곳처럼 익숙하다.


매번 같은 길을 몸이 알아서 가듯, 유제품 코너에 가서 엄마의 최애 음료인 모카치노를 장바구니에 쓸어 담는다.  2+1 행사를 할 때면 서비스를 받는 기분으로 12개를 집어넣는다. 진열된 게 부족하면 주인 언니는 창고 냉장고에서 얼른 더 가져와 개수를 맞춰준다. 모카치노 쇼핑만 15년, 다녀 보니 GS편의점에 제일 많다. 한두 개 사는 것도 아니고 싹쓸이하는 어선처럼 최대한 많이 사 가는 나를 편의점 사람들은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다. 엄마의 모카치노 사랑 때문이다. 달달한 맛에 끌려서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살 지 걱정부터 한다. 물 장사꾼처럼 한 보따리 들고 계산대로 간다. 순식간에 계산이 끝나고 말이 필요 없다. 지갑에서 5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면 1만 원짜리 다섯 장으로 교환해 주고 마지막으로 주차등록까지 해준다. 차량 번호도 기억을 하는지 거의 비슷하게 맞춘다. 손발이 척척 맞는 관계처럼, 편의점 주인과 나는 매주 이렇게 만난다. 가끔 휠체어 탄 엄마가 편의점 문을 두드리면 엄마의 주문을 받아 우유와 아이스크림을 가져다준다고 했다. 


주변에 담배꽁초가 떨어져 있는 편의점 벤치는 우리만의 야외 테이블이다. 30여분 정도 떡이나 빵을 먹으며 이야기한다. 우리 동네 편의점 의자에는 앉아 본 적 없지만, 차들이 다니는 한편에 위치한 이곳에서 엄마와 눈을 맞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어느새 우리는 단골손님의 얼굴과 행동을 몸에 걸치고 익숙하게 편의점을 드나든다. 적응의 동물로서 그럭저럭 잘 살고 있다. 과일과 야채는 살 수 없지만, 대신 엄마의 간식을 사고 쉬어갈 수 있는 곳이 생겨서 참 다행이다. 


편한 편의점이다. 흔한 편의점일 텐데, 주인의 마음 씀씀이 덕분에 특별하다. 다른 주인이었다면 지금처럼 편하게 들락거리지 못했을 것 같다. 부탁도 못했을 텐데, 다행이다. 사연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로 마음을 따뜻하게 했던 "불편한 편의점"이 떠올랐다. 삭막한 도시에 살면서 인간미가 느껴지는 곳이 한 군데라도 있다면 일상이 그만큼 살만해진다. 더군다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배려해 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다면 힘들지만 살 만하다. 힘이 난다. 




*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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