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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화강고래 Jul 25. 2024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스 라테요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186

체감 온도 34도.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흥건하고 숨이 턱 하니 막혀 아이스라테 한 잔 마셨다. 365일 중 360일은 뜨거운 커피를 마시지만, 가끔 참다 참다 참지 못하고 아이스 라테를 주문한다. 한국인은 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난 여름에도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다.


아이스 라테를 마신다. 오늘 같은 날이면.

차가운 얼음맛을 견디지 못해 주문할 때마다 당당하게 덧붙이는 한마디,


"얼음 세 알만 넣어주세요."

"네? 아..."


가끔 

"우유를 더 넣어드릴까요?" 

"양이 적은데 괜찮으실까요? 

라고 친절하게 묻지만, 난 대답한다. 


"그냥 주세요."


이제 개의치 않는다. 벌써 몇 해가 지나서 익숙하다. 처음에는 소심하게 눈치 보며 말했는데 당당하게 눈치안 본다면 거짓이고 덜 본다는 게 솔직한 표현이다.

직원은 나를 한번 쳐다본다.

그나마 괜찮은 비주얼의 아이스 라테


그렇게 특하게 주문해서 받은 아이스 라테는 이 모양이다. 얼음 세 알이라고 콕 찝어얘기해도 보통 다섯 알 이상을 넣어준다. 컵의 반을 채우지 못하는 라테를 내놓는 직원은 어색해한다. 이렇게 까지 해서 마셔야 할까? 얼음 없는 아이스 라테는 참 볼품없이 허무하다. 시원해 보이지 않을뿐더러 양이 너무 적다. 커피값을 내기가 아까울 정도이다. 찐빵의 앙꼬처럼 아이스 라테의 얼음은 필수인데 그런 얼음의 양을 대폭 줄이면서까지 마시는 나도 특이하다. 그마저도 얼음이 녹으면 차갑기에 녹기 전에 후루룩 마셔버린다. 라테의 시원함을 천천히 즐기기보다 차갑기 전에 마셔버린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라도 마시고 나면 안 마시는 것보단 시원하다. 웃픈 아이스 라테이다.


암을 경험한 뒤에도 찬 음료나 찬 음식을 부담 없이 먹는 분들 있다. 난 그게 안된다. 암이 찾아온 뒤 안 좋은 게 있다면, 여름철에 더위를 식혀줄 아이스 라테를 마음껏 즐기지 못한다는 점이다. 체온이 1도 정도 떨어진 듯, 찬 기운이 뱃속으로 순식간에 퍼져나가서 찬 음식을 가까이할 수 없다. 로 따뜻한 물을 공급해줘야 한다. 그런데도 마시고 싶을 땐 악마의 유혹에 손을 뻗는다.


암경험자뿐만 아니라 보통사람들도 찬음식을 가까이하면 건강에 해롭다는 말을 듣지만 흘려듣는 것 같다. 항상 미지근한 물로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 같이 사는 식구들에게 이야기해 봤자 잔소리로만 들린다. 더운 여름 찬음식의 유혹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아이스크림과 아이스 음료와 찬 음식들이 우리에게 손짓하는 날이다. 땀 흘린 오늘이 넘어가고 있어 사진으로 남겼다.

참 더웠다. 오늘.





덥지만 바닷바람 덕분에 시원했던 부산도 아이스 라테만큼 생각나는 하루였다.

2022년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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