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써보기로 했습니다.
지난 일요일 브런치북 프로젝트 마감일이었다.
추석연휴 전날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2년여 만에 재도전했는데 다행히도 글을 쓰고 발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설레었다. 용기를 내서 열심히 쓰겠노라는 다짐도 함께 했다. 내가 발행한 글을 다른 작가님들이 읽어주시고, '좋아요'를 눌러주시면 알림이 오는 게 믿기지 않았고, 좋았다.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는 분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 궁금해졌고, 다양한 주제에 다양한 깊이로 글이 올라오는 플랫폼 한편에 나도 서 있게 된 것이 크나큰 영광이자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베스트셀러 작가라도 된냥. 스스로에게 약속했었다. 10월 22일이 브런치북 프로젝트 마감일이니 나도 그 마감일에 맞춰 브런치북 하나를 만들어보겠다고. 그래서 울산의 기억을 떠올리며 만들었다. 에필로그를 붙여, 브런치북으로 마무리지었다. 거실 한편에 놓인 모니터 앞에서 집중하려고 애썼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거실에서 아이들이 게임하고, 유튜브를 시청하느라 생기는 온갖 소음에도 불구하고, 길거리 한복판에서 혼자 몰입하고 있는 듯했다. 엄마의 가상한 노력에 조금이라도 배려를 해 주기를 바라는 내가 한심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어쨌든 그렇게 나는 후딱 마무리 지었다. 좀 더 잘 쓸 수도 있었는데라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일단 나와의 약속을 지킨 것에 만족하며 하루를 마쳤다.
다음날,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갈 일이 생겼다. 우연히 식당가를 지나가다가 문화센터옆에 전시되어 있는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수상한 10명의 작가들과 작품을 보게 되었다. 브런치 작가들의 작품이라니, 내가 발을 담그고 있는 플랫폼이라 그런지 같이 간 사람보다 조금 더 관심과 애정의 눈길로 쳐다봤다. 존경과 감탄이 나왔다. 한편으로는 웅장하고 무거운 느낌의 전시였다. 같은 플랫폼에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과 나는 피라미드 맨 아래층과 꼭대기에 서 있어 만날 수 없이 먼 사이라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브런치 작가들의 데뷔 전시를 보고, 지하에 있는 교보문고에 들렀다. 책들을 둘러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게 내 휴식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에 오늘도 한 번 쭉 둘러보는 의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바로 일기처럼 브런치에 써볼까 망설이다가 쓰지 못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위해 지금 자리에 앉기까지 어제오늘 마음이 잘 잡히지 않았다. 머리와 가슴이 따로 놀았다. 차가운 이성친구는 글쓰기는 매일 꾸준히 해야 한다, 이제 한 달 정도 지나 첫 발을 뗐으니 용기를 내서 계속 매일 써보자고 했다. 변덕스러운 감정 친구는 이렇게 써서 잘 쓸 수 있겠어, 괜한 고생하는 거 아니야. 눈도 몸도 안 좋은데라고 말하고 있었다.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나탈리 골드버그의 "뻣속까지 내려가서 써라(Writing down the Bones)"를 읽으며, 공감 또 공감하면서 나를 반성했다. 우는 아이를 살살 달래듯이 밑줄 그어가며 읽었다.
"제발 어떤 기준에 의해 글을 조절하지 말라. 무엇이 다가오더라도 지금 이 순간의 것을 잡아라. 손을 멈추지 말고 계속 쓰기만 하라"(34)
"우리는 글이 안 써질 때도 무조건 계속해서 글을 써야만 한다. 그리고 밑도 끝도 없는 죄의식과 두려움, 무력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쓸데없는 시간 낭비다.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어떤 글이든지 쓰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55)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바깥에서는 어떤 배움의 길도 없다. (64)"
고작 한 달 정도 썼는데, 잘 써서 관심받고 싶어 하는 도둑심보가 발동해서 혼란스럽고 답답했던 것 같다.
14년간 그저 묵묵히 글을 써온다는 작가도 있던데. 브런치 작가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좋아요, 구독이 중요한게 아니라, 희노애락을 쓸 수 있는 플랫폼에 서 있는게 중요한 것이라고.
내가 왜 브런치를 선택했고,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초심을 생각하며 부끄러운 오늘을 기억하고자 여기에 적어 본다. 내 마음의 감시자를 뒤로하고, 지금 이 순간을 적는다. 힘을 빼고, 조금 더 마음 편히 "브런치 글쓰기"를 내 루틴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