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미술관 희원에서 산책 중입니다.
주말 아침 남편과 딸을 옆에 끼고 나선 산책길
여기저기 가을이 보였다. 아직 만추의 풍경은 아니었지만, 가을은 이미 우리 곁에 있었다.
존재감이 단연 돋보이는 담쟁이덩굴을 배경으로
딸과 서로 먼저 사진을 찍으려고 핸드폰을 들이댄다. 이내 다른 풍경에 발걸음을 멈추고 서로를 찾는다.
엄마, 여기 봐요.
여기 예뻐요.
그러네! 여기도 와서 봐!
사진 찍어줄까?
풍경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나처럼 10살짜리 딸의 핸드폰 갤러리에도 꽃과 나무 사진이 가득하다. 각자 찍고
서로 공유한다. 셀카 찍는 법은 어디서 배웠는지 새침한 표정으로 얼짱각도를 유지하면서 잘도 찍는다.
이번 주말만큼은 호암미술관 희원에 가자고 얘기하길 잘했다. 잠깐이라도 같이 집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점점 아이들이 커가면서 주말은 각자 알아서 휴식하고 충전하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13살 아들은 집에 있겠다고 선언했고, 10살 딸은 그래도 가끔 따라나선다. 7년 전에는 다 같이 왔었는데 오늘은 아들이 동행하지 않았다. 그때의 우리 아이들 또래의 아이들과 유모차를 끌고 따라다니는 30대 부모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한껏 멋을 낸 50대 친구사이로 보이는 여성들이 우리 앞에서 사진을 찍더니 단체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핸드폰 화면에서 본 그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행복함이 가득했다. 나는 그 두 무리의 중간단계에 있는 듯했다. 가끔은 예전이 그리울 때가 있다. 4인가족이 함께 움직이던 그때가. 나는 아직도 그런 '함께'를 원하는데 커 버린 아이들은 '혼자'를 외친다. 뭉치다 흩어지다가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쏠리는 인생의 시간이 어느새 다가와버렸다. 점점 내 인생의 가을도 이렇게 소리 없이 다가와버렸다니. 가을 풍경 감상을 하며 내 인생의 가을 풍경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해 본다. 형형색색의 가을색 가운데 내 인생은 어떤 색으로 칠해질까?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고,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있어 희망적이다. 살아볼 만하다. 물들어가는 가을처럼, 내 인생도 서서히 나만의 색으로 물들어가길.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나무를 껴안고 나도 같이 하늘 한번 쳐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