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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화강고래 Sep 26. 2024

네 학교, 내 맘에 든다.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216

부모의 계획대로 욕심대로 자녀의 학교선택하는 세상이다. 어린이집부터 대학까지, 거의 모든 교육기관은 부모가 결정한다. 선택장애가 있는 나는 결정의 순간마다 부담과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혹시나 내 선택으로 아이들이 힘들어할까 며칠을 고민고민하며 매번 그 시간들을 지나왔다. 휴. 잘 다녔지, 그때 잘한 선택이었지. 특히 남편의 입에서 그 말이 자주 나왔다. 해외 출장으로 내 빈자리를 남편이 메꾸느라 힘들었다는 표시를 그렇게 하곤 한다. 애들 손잡고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출근했던 그 시절을.  결론은, 맞벌이 가정에게 가장 좋은 유치원은 집에서 가까운 유치원이었다.


부동산 신조어로 초품아라는 말이 있다.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로 자녀들의 안전 통학이 가능한 아파트 단지를 말한다. 우리 집도 아파트를 나가면 바로 초등학교가 있어 아이들의 통학 걱정은 없다. 주택에 살던 국민학교 시절, 집에서 학교까지 골목과 큰길을 지나 초등학생 걸음으로 20-30분 정도는 걸어 다녔던 것에 비하면 아이들의 등교는 쉬워 보인다.


그렇게 학교지척에 살던 아들은 도보로 30여분 떨어진 곳에 있는 중학교에 다닌다. 친구들 70퍼센트가 집 근처 중학교에 다니고, 25퍼센트가 그보다는 먼 중학교에 다닌다. 우리는 학원가 근처에 있는 사립중학교를 택했다. 언덕길보다는 평지가 낫고 급식이 좋다는 소문이 자자해 선택한 학교이다. 5학년말에 전학 온 학생 신분이라 집에서 먼 곳에 다닐 수밖에 없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멀어도 잘한 선택이라고 믿고 싶었다. 매일 아침 셔틀을 타고 그마저도 놓치면 걸어간다. 하교 때도 땀흘리며 걸어오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다. 아들의 의견을 묻고 결정했지만 한 가지 장점을 제외하면 크게 만족스러워하지 않는 눈치이다. 그럼에도 2학기를 다니는 지금, 아들보다 가 더 만족한다. 순전히 부모 입장에서 우리 부부의 선택이 나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거리가 멀어서 고생한다는 마음이 점차 작아지면서 다른 장점에 서서히 마음을 빼앗기는 중이다. 


직장인이 점심시간을 기다리듯, 맛있는 급식을 기다리며 학교 생활을 하게 돼서 다행이다. 재미없는 학교생활에 단비 같은 급식을 만나 오후까지 힘을 낼 수 있다. 급식이 맛있어 든든히 먹고 오니 집에 와서 간식타령이 사라졌다. 배고픔과 불평의 노래가 사라지고, 자랑노래가 들려왔다. 탕수육, 부대찌개, 삼계탕, 고기요리 등 좋아하는 메뉴가 푸짐하게 나오니 간식비용과 정신적 스트레스 비용이 사라졌다. 집 근처 중학교에 보내는 지인은 급식이 불만족스러워 매번 간식을 준비해야 한다고 하소연한다. 여기에 더해, 시험기간에는 시험을 안 보는 1학년도 점심을 안 주고 일찍 하교시킨다고 불만이 많다. 상대적으로 아들의 학교는 시험기간에도 점심을 먹여 보낸다. 밥 주는 게 뭐 대수인가 싶기도 하지만, 학교에서 아이들 입맛에 맞는 밥을 든든히 먹여 학원으로 집으로 보내니 더없이 고맙다. 중고등학교 시절, 오전에 2-3과목 시험을 보고 집에 와서 엄마가 해 준 점심을 먹고 시험공부를 했었다. 자식 셋을 위해 점심 뒷바라지까지 했던 엄마의 노고에 비하면 나는, 학교 덕분에 얼마나 편한 세상을 살고 있는지 새삼스럽다.


밥을 챙겨주는 것도 고마운데, 여기에 시험까지 보니 10배나 더 고맙다. 역시나 비교 대상인 집 옆 공립 중학교와 달리 1학년 1학기 기말시험을 보기 시작하더니 중간고사를 치른다. 다른 학교들은 2학기 기말시험부터 보는데 미리 시험 연습을 시키니 학생입장에서도 경험치가 는다. 자신의 학교만 굳이 중간시험을 본다고 아들은 불평을 쏟아내지만, 엄마 생각은 다르다. 아이들이 시험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일상을 살게 해 주고 싶은 건 나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자유학기제를 통해 한 학기를 시험으로부터 해방시켜 준다고 공부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꿈과 적성을 찾아 그 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들의 말을 들어봐도 보통 어정쩡하게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제도의 취지는 좋았지만 원래 의도한 목적을 얼마나 달성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어차피 할 공부와 입시라면, 그냥 하루라도 빨리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시험을 안 보는 대신 학원에서 시험을 보며 공부하고 있는데, 이렇게 사교육쪽으로 편향된 교육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시험을 봐야지 공부를 한다. 공부에 목매단 엄마는 아니지만 학교에서 자신이 어느 수준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로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는 게 싫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아니지만, 마음에 든다.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딸아이도 보내게 될 것 같다. 아들과 똑같은 조건이라 경험치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어 궁금해하는 누군가가 물어온다면 아는 대로 차근차근 이야기해주고 싶다. 금은 엄마마음에만 들지만 아들이 졸업한 후에라도 꽤 괜찮은 학교를 다녔었노라고 말해주길 바라본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으니까.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 연습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가면 좋겠다. 고등학교 생활을 예습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중학교 생활이 수월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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