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00
"저 생일 초대받았어요! 토요일에 애슐리가요!"
마음에 드는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걸어볼까, 어떤 말로 서로의 관심사를 확인할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개학을 앞둔 딸아이는 마냥 떨리고 긴장된다는 말을 쉴 새 없이 했다. 어떻게 친구를 사귈지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찬 듯 보였다. 학년이 바뀔 때마다 걱정반 설렘반으로 마음이 꽉 찼던 기억이 난다. 3학년말에 전학 온 터라 이미 끼리끼리 무리가 지어진 속에서 친구를 사귀기가 쉽지 않았었다고 이제야 지난날의 고충을 살짝 털어놨다. 친구관계가 학교 생활의 70-8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특히 여학생에게 교우관계가 중요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했다. 그렇게 3월 4일 등교한 아이는 몇 시간 뒤 환하게 웃으며 현관으로 들어섰다.
"엄마, 저 친구 사귀었어요!"
오늘 집에 올 때도 같이 왔어요!
새 학기 증후군이라는 적을 몇 시간 만에 단칼에 제압한 장군처럼, 흥분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켜보는 나로서는 정말 다행이었다. 시무룩한 얼굴로 오지 않아서, 친구를 사귀고 새 학기를 즐겁게 시작할 수 있게 되어서 무엇보다 감사한 일이었다.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며칠 뒤, 새로 사귄 친구의 생일이 다가온다고,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학수고대했다. 친구가 좋아한다는 짱구 캐릭터가 그려진 아기자기한 학용품을 다이소와 무인문구점을 찾아내 정성스레 선물박스에 담았다.
애슐리가 생일파티 장소였다. 저학년 때는 키즈카페에서 하더니 고학년이 되니 애슐리를 선택하는 분위기다. 작년 친구 생일에 이어 올해도 서로 다른 취향을 만족시키기에 애슐리만 한 곳이 없나 싶었다. 집에서 생일상을 차려 친구들과 음식을 오손도손 나눠먹는 풍경은 옛 시절의 추억이 돼 가나 싶었다. 코로나 시기에 울산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아이는 집으로 친구를 초대하고, 집으로 초대받으며 생일파티라는 특별한 이벤트를 경험했다. 작년에는 친구를 초대하지 않고 가족끼리 조용히 보냈는데, 올해는 벌써부터 다를 것 같은 눈치다. 초등 마지막 생일인 만큼 친구들과의 추억을 남기고 싶어 한다. 애슐리를 택할지, 아니면 다른 장소를 물색할지, 집으로 초대할지 선택의 시간이 몇 달 남아있다.
애슐리에서 식사를 마치고 친구집에서 보드게임까지 하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주말을 아낌없이 친구들과 보내고 저녁 8시쯤 돌아온 딸아이의 눈에는 피곤함과 행복함이 녹아 있었다. 잠자리에 들 때까지 흥분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새 학기, 마음에 맞는 친구들을 사귄 것도 다행인데 생일파티까지 다녀오니 학교 생활의 절반 이상은 성공적인 듯했다. 친구관계가 아이의 하루를 좌지우지하기에 곁에서 지켜보는 엄마로서 뿌듯했지만, 한 편으로는 친구가 점점 더 좋아질 시간이 다가오니 미리부터 살짝 염려스럽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