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297
사이버대 편입생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2월 마지막주부터 시작된 온라인 강의가 어느덧 3주 차가 되어 일상의 루틴으로 슬슬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평가하자면, 다행히도 예상했던 것보다 할 만하다. 수강신청 할 때 꽤나 고민했다. 최소학점을 들어야 할까 아니면 빨리 졸업할 수 있게 최대학점을 신청해야 할까.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니 빨리 졸업하는데 신경 쓰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 그럼에도 우선 5과목 신청으로 마음을 먹었다. 당연히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다.
'오래간만에 하는 공부인데 첫 학기는 적응학기로 삼자. 하루 종일 회사에 매인 직장인이 아닌 자유로운 주부라 해도 하루 24시간에 할 일이 많으니까. 무리해서 건강에 영향을 끼치면 안 되니까.'
수강신청 기간에 강의 계획서를 살펴보며 미리 짜둔 시간표대로 신청을 했다. 감회가 새로웠다. 청춘이던 대학교 새내기 때가 떠올랐다. 국어, 영어, 수학... 짜인 시간표에 따라 수업을 받기만 하던 학생에서 수강신청이라는 것을 처음 받아 들고 선배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쫑긋하며 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내 손 안에서 처음 느껴본 자유라 모든 게 얼떨떨했다. 맞게 하고 있는지, 잘할 수 있을지, 누가 확인 좀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인기 있는 강의는 빨리 마감이 되니 정신을 바짝 차려 수강신청을 했다. 매 학기 수강신청은 정신없이 왔다 가곤 했다. 3월, 지금처럼 쌀쌀한 날씨에 어리바리했던 1학년 모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사이버대는 확실히 달랐다. 수강신청 인원에 마감이라는 게 없었다. 전공필수 과목의 신청인원을 살펴보니 200명은 족히 넘었다. 이게 바로 비대면 교육의 장점이었다. 원하는 과목은 신청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됐다. 수업계획서와 맛보기 강의를 살핀 후 한 학기 수업을 대강이라도 그려볼 수 있었다. 그러다 욕심이 생겼다. 꽉 찬 18학점을 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낯선 분야도 있지만 아주 오래전 들었던 수업도, 익숙한 분야도 있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매일 아침에 강의를 듣는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엄마는 집에서 수업을 듣는다. 원하는 시간에 집중해서 필기하며 정성스레 듣는다. 과목당 1시간 내외로 수업이 진행되는데, 출력한 강의록을 앞에 두고 필기한다. 첫 강의는 강의 속도를 조절할 수 없어 마치 강의실에 앉아 있는 것 같다. 다만, 주변에 다른 학생들이 없어 딴짓하지 말고 혼자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 자기와의 싸움 같다. 집중력이 떨어질 때는 잠시 멈추고 스트레칭이라도 해야 한다. 이후부터는 배속을 조절하며 부족한 부분을 반복해서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요즘 대학생들은 아이패드나 갤럭시탭에 노트 어플을 깔아 필기하고 정리한다고 들었다. 궁금한 마음에 유튜브영상으로 구경했으나 아날로그 방식, 예전방식대로 하고 있다. 21학점을 듣고, 과제를 하고 전공책을 읽어가느라 빠듯했던 그 시절과 달리, 지금은 수업만 들으니 편하다. 참고자료도 있지만 강의록만으로 충분히 시험준비를 할 수 있다기에 주어진 자료로만 공부 중이다. 예나 지금이나 깊이 있는 공부는 개인의 선택 같다.
한국어교원자격증 획득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다. 중학교 때까지는 교사를 희망했지만 이후에는 교사로 설 용기가 없어 교직이수를 포기했다. 과연 내가 학생들 앞에 서서 가르칠 수 있을까? 교생실습도 무서울 정도로 소극적인 사람이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영어를 가르치기보다는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어졌다. 증가추세에 있는 다문화가정을 상대로 미약하나마 보탬이 되고 싶은 꿈이 생겼다. 한국어학개론을 들으며 중고등학교 이후 잊고 지냈던 문법을 다시 공부하고 있다. 학생 때는 어렵고 지겹게만 느껴졌던 품사마저도 이 나이에 다시 마주하니 재밌고 신기한 대상이 되었다. 중학생 아들에게도 다시 배운 국어문법을 슬쩍 아는 척했고 혹시나 물어온다면 대답해 줄 수 있게 되었다. 모국어인 한국어를 50살이 다 된 시점에 정리하는 마음가짐으로 배우는 기쁨이 쏠쏠하다. 외국인에게 한국어가 배우기 어려운 외국어라는 말을 실감하면서 말이다.
대면 교육과 비대면 교육의 장단점이 분명히 있다. 코로나 시기부터 아이들의 비대면 교육을 옆에서 지켜만 보다 수업료를 대고 처음으로 나도 그런 교육을 받고 있다. 온라인 OT를 통해 전 세계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한국어 수업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공부를 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온라인 교육의 힘이 느껴졌다. 인상적이었다. 나도 그들과 함께 꿈꾸고 배우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1시간 이상 자리에 앉아 집중할 수 있는 매의 눈과 튼튼한 허리는 더 이상 없지만 한결 여유롭게 즐기며 공부할 수 있는 마음 덕분에 행복하다.
첫 시험인, 4월 중간고사가 다가오니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