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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이요가 불러온 추억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03

by 태화강고래

집 앞 슈퍼에 갔더니 뻥이요 2+3 이벤트를 진행 중이었다. 만우절에만 특별히 찾아온다는 행사 이야기를 했더니 작년 이맘때가 생각났는지 딸아이가 나가서 얼른 사 왔다. 사실, 작년에도 뻥이요 데이에 몇 개를 사둔 덕분에 며칠을 먹었다. 빼빼로데이의 빼빼로처럼, 마케팅용 과자인 듯 아닌 듯,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것 같았다.


82년에 출시된 장수 과자라니 놀랍다. 국민과자 새우깡에 비하면 10살이 젊지만 유년시절부터 봐 온 과자라 친숙하다. 추억의 맛 그대로다. 예전에는 어떻게 이리 달달한 과자를 좋아했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단맛이 강했다. 변한 건 나지 과자는 죄가 없는데. 2+3 답게 봉지 크기가 아담하다. 쌀 한 가마니를 소분해 파는 것 같은 마케팅 효과에 넘어가 준 딸아이. 웬만한 과자 한 봉지값이 1,500~2,000원 수준인데 2 봉지 가격으로 5 봉지를 얻었다는 득템의 기쁨으로 코팅된 달콤함이 배가 된 듯했다. 한 봉지를 열더니 숙제하는 동안 쉬지 않고 입속으로 줄줄이 넣었다.


만우절이라는 것을 알까 싶었다. 거짓말과 장난으로 하루를 즐겁게 보냈던 날로 기억하는 4월의 첫날. 학생은 즐겁고 선생님은 괴로웠을 그날. 하교 후 집에 온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초등학교에서는 "~~ 좋아해."라는 고백 같은 말장난으로, 중학교에서는 약하게 장난을 치는 정도로 하루를 보냈다고 했다. 교감 선생님 허락하에 일부 교실 표찰 바꿔 달아 놓기, 다른 반에 가서 앉아 있기, 교탁을 등지고 앉기 같은 이벤트를 진행했다는 말에 약간은 놀랐다. 30년도 전에, 우리는 만우절을 기다리며 일주일 전부터 어떤 방법으로 만만한 선생님들을 골탕먹이며 수업 시간에 놀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알면서도 속아주신 선생님도 계셨고, 불같이 화를 내며 벌을 주는 선생님도 계셨다. 추억을 소환하는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이야기라는 취급을 받을 만한 세상에서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간소하고 약하게 명맥이 이어져오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물론,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만으로 다른 학교들의 분위기를 알 수는 없지만 이 날만큼은 소소한 장난으로 웃음꽃을 피울 수 있을 것 같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과자처럼, 변치 않는 학교생활의 낭만으로 남아 있었다.


진지하게 거짓말해 놓고 뻥이야~했던 그날들이 새삼 떠올랐다. 때로는 진심을 거짓말인 듯 포장해 놓고 뻥이야로 웃으며 수습해 버렸던 시간들이. 거짓인지 실제인지 점점 경계가 모호해지는 세상 속에서, 가끔은 모든 게 뻥이라면 좋겠다. 산불 피해에, 탄핵정국에, 경기불황으로 좋은 뉴스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이 시기를 꿋꿋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누군가 짠~~ 하고 나타나 뻥이야~라고 환하게 웃으며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뻥이요라는 과자 때문에 실없이 혼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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