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10
상상만 해도 브런치는 즐겁다. 설레게 한다. 먹는 브런치도 쓰는 브런치도 좋아한다. 주로 전망 좋은 카페에서 파스타, 빵, 샐러드에 커피를 곁들여 가끔 먹는 브런치는 생활에 활력을 준다. 브런치 글쓰기에 가면 매일 뷔페식을 먹는 마냥 선택하는 즐거움과 감상하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어느덧 브런치에 입성한 지 1년이 넘고 2년이 되어 간다. 설레며 쓰고 긴장하며 발행 버튼을 누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잘 흘러가고 있다. 야속하게도 글쓰기 수준으로 말할 것 같으면, 시간과 발을 못 맞춰 크게 변한 건 없어 보인다. 그 사실 때문에 작가님들의 화려한 글솜씨에 감탄만 하고 돌아서면 모니터 앞에서 슬픈 현실을 마주한다. 부족함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찾아올 때면 한 글자, 한 문장, 한 단락을 써 내려가기가 버거울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러지 않기로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 수준을 받아들였다. 어디서나 따라붙는 비교라는 감정과 거리를 두기로 했다. 나 같은 글쓰기 초보자도 그냥 이 공간에서 함께 글을 쓰고 나누고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사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도서관과 서점에 진열된 책을 쓴 작가들은 멀게만 느껴졌다. 지금도 가까이하기에는 먼 작가님들이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왠지 모르게 친근하게 느껴진다. 출간 작가로서 활동하시는 분들의 글을 읽을 수 있어 보너스를 받는 기분이다. 쓰고 또 쓰는 작가님들의 노력과 정성을 느낄 수 있어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난 스타라기보다는 보통 사람으로서 인간미가 느껴진다. 메인에 노출된 글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구독 버튼을 누르고 시간이 흘러 출간 소식을 전하시는 분들을 보는 기쁨도 있다.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을 받았다는 분들도, 투고를 해서 출간하신다는 분들도, 역시나 싶었다. 저런 분들이 출간을 하시는구나를 깨달으며 마치 지인인 마냥 자랑하고 싶다. 직접 만나 뵙고 사인을 받고 싶을 때도 있고, 같이 커피 한잔 마시고 싶을 때도 있다. 학창 시절에도 그랬듯 어느 집단에나 잘 쓰는 사람은 존재해 왔는데, 더군다나 브런치에 그런 분들이 많이 계시는 건 전혀 낯설지 않다.
용기 내어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한 건,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하고 싶은 이유에서였다. 유방암과 난소암을 경험한 내가 남다르게 느껴졌던 그때의 기억을 누구에게라도 말하고 싶었다. 나만 왜 이렇게 힘들까 싶었는데, 브런치에 와서 보니 인생이라는 길을 걷는 다양한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고 그만큼 이야기도 무궁무진했다. 어쩌면 날 것 그대로의 경험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라는 매력 덕분인 것 같다. 여기에서 나만의 이야기는 특별하면서도 일반적인 이야기였다.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타인과 나를 바라보는 눈과 마음을 닦을 수 있는 이곳, 브런치에 오길 잘했다. 여전히 짧은 호흡의 감상적인 글을 쓰지만 그래도 쓰는 일은 멈추지 않고 지속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