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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용기 내어 살아간다.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20

by 태화강고래

산다는 건 용기를 낸다는 게 아닐까.


집 밖으로 나갈 용기, 말할 용기, 행동할 용기, 쓸 용기... 살아가는 매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크고 작은 용기를 끄집어내야 한다. 그 보이지 않는 힘이 나를 일으켜 움직이게 만든다.


지난주 현충일이 낀 연휴에 1학기 기말고사를 봤다. 하필 연휴에 시험이 뭐람? 그런 스쳐 지나가는 생각도 잠시, 어차피 특별한 계획도 없는 우리 집 특성상 그냥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금세 돌아오는 식사 때가 되면, 간편식도 먹고, 피자도 시켜 먹고, 차려서도 먹고, 이렇게 저렇게 시간은 잘도 흘러갔다. 거실에서 노는 딸을 피해 딸 방에서 공부를 하다 시험시간이 되면 모두를 조용히 시키고 거실 책상 앞에 앉아 1시간 동안 진지하게 시험을 치렀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고, 끝나고 나니 역시나 해방감과 뿌듯함이 기다렸다는 듯 나를 반겼다. 끝났다는 후련한 마음에 당당한 표정과 설레는 목소리로 가족들에게 시험이 끝났음을 알렸다. 수고한 나를 위해 편의점에서 커피 음료를 사서 마시며 혼자만의 소박한 뒤풀이를 했다. 학생 때는 으레 친구들과 나가서 놀거나 집에서 보고 싶던 비디오를 왕창 빌려서 봤었는데, 주부가 되니 달랐다. 그만큼의 스트레스가 없었는지 '끝났네.'라고 무덤덤하게 말하며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루 동안 밀린 설거지를 하고 세탁기를 돌렸다.


사이버대학 수업을 들으며 올해의 반이 훅 지나간 느낌이다. '그냥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지나갔어!'가 아니라 '공부를 했어!'라고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무언가를 붙잡고 있다고 생각하니 허무함이 덜 느껴졌다. 목표를 향해 빈수레를 채워간다고 생각하니 힘이 났다. 가끔 '왜 사서 고생이냐' 싶기도 했지만 시작했던 그때의 용기를 떠올렸다. 엄마와 주부로서의 일상을 바꾸고, 남은 인생에 변화를 주고 싶었던 바로 그 마음이 나에게 자꾸 말을 걸었던 것이다. 약한 체력으로 버틸 수 있겠냐며 걱정하는 엄마의 안쓰러움을 뒤로하고 무탈하게 한 학기가 끝났다.


며칠 동안 글을 발행하지 않았다고 브런치스토리팀에서 알림을 보내왔다. 하루 이틀 넘기며 시험공부를 하다 보니 오늘에 이르렀다. 나를 위해 써왔던 글인데도, 멈추니 다시 시작할 엄두가 쉽게 나지 않았다. 뭐 대단한 글을 쓸 것도 아닌 이처럼 소소한 글을 쓰면서도 다시 쓸 용기를 장착하는데도 하루가 걸렸다. 크게 한번 깊은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상의 루틴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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