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21
아이들이 12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 때마다 나는 이미 30분 혹은 1시간 전부터 앉아서 졸거나 침대에 누워 있다. 기껏해야 일주일에 한두 번, 멀쩡한 눈으로 "빨리 자자! 자자!"라고 재촉할 뿐 보통은 짜증이 버무려진 말투로 "안 자니! 엄마는 자고 싶다!"라고 외친다. 최소 수면시간 6시간을 채워야 눈이 제대로 떠지고 머리가 돌아간다. 나이가 드니 질 좋은 수면시간 확보가 더욱 중요하다.
아이들의 행동에도 일리는 있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아니 충분히 이해한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학교와 학원에서 10시간이 넘는 (중학생 아들의 경우) 의무적인 시간을 보내고 나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은 자기 전 한두 시간뿐이라는 것을. 온전히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시간에 게임과 유튜브로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고 싶은 그 마음. 그냥 먼저 자면 되지만 그럴 수 없다. 자기 전 드림렌즈를 삽입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감선생처럼 아이들이 각자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눕고 잘 자라는 인사까지 하고 소등을 해야 하루가 잘 끝난 것 같다. 고등학생이 되면 하고 싶어도 못할 것이라 때론 졸음과 싸우느라 힘들어도 기다리는 엄마로 산다.
난 아침형 인간이다. 평일에도, 주말에도 가장 먼저 기상하는 사람이다. 식구들이 잠든 조용한 집안에서 물 한잔 마시고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 뒤 책상에 앉는다. 아침 시간의 고요함과 편안함이 참 좋다. 어제를 잘 보냈으면 잘 보낸 대로, 그렇지 못했으면 그런대로 맞이하는 아침은 더없이 소중하다. 특히 만족스럽지 못한 하루를 보냈다면 새하얀 도화지를 펴 듯,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기분 좋게 설렌다. 아침부터 독서든 글쓰기든 했다는 것 자체로 행복하다. 지난주 6시 반에 일어나 시험공부를 하다 보니 학창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중학교 때부터 그랬다. 저녁을 먹고 9시 뉴스까지 보고 책상 앞에 앉으면 어김없이 30분 후부터 졸음이 찾아왔다. 평상시에는 숙제를 하고 시험 때는 공부를 해야 하는데 10시 문턱은 높고도 높았다. 유독 초저녁 잠이 많아 잠을 깨보겠다고 세수하는 것은 기본이고, 방에서 나와 거실에서 서성이기도 하고, 유혹하는 이불 위에 누워 10분 동안 졸아도 봤지만 대체로 아무 소용없는 짓이었다. 하루의 피로가 온몸에 덕지덕지 붙어 간신히 책상 앞에 앉아도 자동으로 닫히는 눈꺼풀과 무거운 머리는 연합작전으로 나를 유혹했다.
'그냥 자자, 그냥 자자.'
한두 번도 아니고, 결국 난 잠에 항복했다. 잠 깬다고 어영부영 보내는 시간이 더 아까웠다. 불안하긴 했어도 그냥 편히 자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하자라고 마음을 먹기 시작했다. 새벽 4시만 되면 아빠가 어김없이 건설현장에 인부들을 파견하는 일로 전화통을 붙잡고 쩌렁쩌렁하게 외치시던 자동 알람을 들으며 5시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빠의 생목소리 알람과 시계의 기계음이 잊지 않고 나를 깨웠다. 그렇게 중학생 시절 10시 취침, 5시 기상의 습관이 형성되었고, 고등학교에 가서는 야간자율학습이라는 제도 덕분(?)에 10시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이후에도 초저녁잠으로 헤롱 댈 때마다 일단 자고 다음날 조용한 틈에 일을 처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게 지금도 아침에 활동적인 사람으로 살게 했다.
미라클 모닝으로 새벽을 적극활용하는 자기 개발서는 꾸준히 베스트셀러로 관심을 받고 있다. 보통 새벽 4시, 5시 기상으로 최대 3시간가량의 아침시간 확보를 이야기하는데 작가, 유투버가 입을 모아 동참해야 한다고 설득한다. 방해받지 않는 새벽시간을 온전히 다 차지하니 높은 생산성을 보장하는 듯했지만 미라클 모닝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주변에 미라클 모닝을 하는 지인을 봐도 보통 9-10시에 취침을 하는데 아이들과 함께 늦게 자니 애초부터 틀렸다. 대신 나만의 "해피 모닝"을 고수하며 산다. 6시든 7시든 그 시간이 동트기 전 새벽이 아닐지라도 9시가 되기 전 홀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귀하게 쓰기로 했다. 건강이 유지되어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기 때문이다. 몸에 밴 습관으로 50년 가까이 살아왔고, 체력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그리 살고 싶다. 할머니를 봐도, 지금의 엄마를 봐도, 노인이 되면 밤잠이 줄어드니 그때쯤 되면 남들이 말하는 미라클 모닝이 가능할 것 같다. 그날을 위해 건강하게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가겠노라고 식구들이 눈뜨기 전 다이어리에 큼직하게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