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18
30여 명이 참석했지만 나눠 앉았다. 8명이 한 테이블을 채웠다. 1학년 엄마가 5명, 2학년 엄마가 3명이었다. 아들이 다니는 중학교 폴리스 활동에 참여하는 엄마들이 모였다. 아는 사람 없이 혼자 간다는 게 불편해 잠시 고민했지만 용기를 냈다. 점심도 먹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라도 듣고 오면 좋겠다는 편안한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식당에 들어선 순간, 어색한 건 어쩔 수 없었다.
테이블에 앉아마자 엄마들은 0학년 0반 000 엄마로 자신을 소개했다. 마침 아들과 같은 반 엄마와 마주 앉았다. 아들과 이름이 같아서 기억나는 아이였다. 둘이 한 두 마디를 하며 서먹한 분위기를 깨고 있었다. 갑자기 옆에 앉은 엄마가 이야기 주도권을 잡았다. 큰 아이가 졸업생인데 올해 외고에 진학했다는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엄마들이 귀를 쫑긋할 만한 최대의 관심사이자, 공통의 화젯거리인 공부 이야기로 넘어갔다. 외고에 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계획에서부터 실행까지 상세하게 썰을 풀어나갔다. 곧이어 나름 학군지인 이곳 수학학원의 영재반 수업을 듣는다는 아들반 친구의 엄마와 영재반이었다가 그만둘 준비를 한다는 다른 엄마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영재반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살인적인 스케줄과 엄마들의 꿈과 절망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8명 가운데 3명의 엄마들은 열변을 토하며 주거니 받거니 했고, 나를 포함한 엄마들은 경청하며 가끔 질문을 했다. 처음 만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터놓고 자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사실 신기하게 느껴졌다. 공부가 뭐길래, 10여분 전에는 얼굴도 모르던 낯선 사람들을 순식간에 한 배를 탄 공동체의 구성원처럼 만들었다는 사실에 놀랍고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공부 앞에서는 내세울 자식이 있다고 느끼는 사람만이 힘을 얻는 세상이 된 듯했다.
남과 비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비교하지 않으려 애쓰지만 가끔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듣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아이들, 남편, 엄마와 시댁식구들 위주의 가족 중심 생활에, 운동에서 만나는 지인들을 제외하고는 색다른 만남이 거의 없는 어찌 보면 밋밋하고 단조로운 일상을 살아가고 있기에 때로는 자극이 필요하다. 이런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역시나 피곤하지만 우물 안에만 살다가 잠시 바깥 구경을 하고 온 개구리가 되어 나와 우리 집을 살펴본다. 아이들도 제 할 일은 하고 있지만 역시나 눈에 보이지 않게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아이들과 그들의 엄마들이 곳곳에서 꽃을 피울 그날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나를 깨운다. 당연히 남들처럼 할 수 없고 우리 집 방식대로 계속 살아갈 테지만 멈춰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나름 유익하다고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