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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라서 감사하다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27

by 태화강고래

모처럼 휴가를 낸 남편과 의왕에 다녀왔다.

백운호수가 궁금다고, 바다대신 호수라도 보고 싶다며 길을 재촉했다. 광교호수공원을 비롯한 용인과 수원에 있는 근처 공원은 꽤나 다녔다. 대부분 농사용 저수지에서 산책용 호수공원으로 변신한 곳들로 호수 공원풍경은 비슷비슷했다. 호수뷰를 자랑하는 아파트로 치장하고 있거나, 저수지 모습 그대로 수수하게 산책로만 정비하고 있다.


불륜 커플이 많이 찾는 곳이라는 우스개 소리를 한 귀로 듣고 찾은 백운호수는 꾸밈없는 사람 같았다. 평일 오전 선선한 바람까지 불던 흐린 날씨에 마주치는 사람이라고는 드문드문 혼자서 걷거나 뛰는 사람뿐이었다.

구름이 그늘막이 된 듯 햇살도 뜨겁지 않아 산책하기에 더없이 편안했다. 시작점에서 한눈에 들어온 호수는 아담해 보였다. 울산 선암호수공원의 분홍빛 벚꽃길을 이야기하고 소박했던 박상진 호수공원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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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한 공간을 잠시 벗어나 마주한 시골 풍경에 설레었다. 오래간만에 외갓집 동네를 찾은 듯했다. 발걸음도 가볍게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주 남편 회사 직원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충격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어머니 팔순생신이 있던 바로 그날 부고장을 받았다. 하루 24시간 동안 쉼 없이 생로병사가 일어나고 있지만 보통 의식하지 않고 살다 의식하는 순간 새삼스레 소름이 돋고 정신이 번쩍 들면서 동시에 인생의 허망함에 어쩔 줄 몰라한다. 다음날, 조문을 다녀온 남편은 그의 남겨진 어린 딸이 자꾸 눈에 어른거린다고 했다. 6년 전, 7살이던 딸아이의 모습과 우리 집 상황이 오버랩되었다 했다. 내가 그때 죽었다면 우리 딸도 저렇게 어린 나이에 엄마 없이 홀로 남겨졌을 거라고 생각하니 아찔하고 안타깝다고. 상상만으로도 우리 가족의 설움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배우자의 죽음에 가까이 가봤던 남편은 그 직원의 남겨진 가족이 앞으로 살아갈 시간에 대해 어느 때보다 마음을 쓰는 듯했다. 남편은 직원의 죽음으로, 난 아파트 입주민의 죽음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자주 이야기한다. 함께 할 수 있다는 일이 얼마나 큰 기적이고 감사한 일인지를 머리에 재차 각인시키며 서로를 바라본다. 보통 사람으로, 평범한 가족으로 살아갈 수 있어 오늘도 감사하다고 호수에게 말했다. 남편에게도, 나에게도.


비닐하우스와 밭을 지나면서 훌쩍 커버린 옥수수, 빨갛게 익은 토마토, 주렁주렁 열린 고추와 가지, 노란 호박꽃을 피운 넝쿨을 바라보는 마음이 덩달아 풍성해졌다. 선뜻 키워보겠다는 엄두를 내지 못할지라도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농사짓는 마음이 되어 흐뭇했다. 가족이 다 함께 모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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