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28
요새 부쩍 만나는 지인마다 말했다.
얼굴 좋아졌네!
그래? 그래요?
난 잘 모르겠는데.
처음 들었을 땐, 집에 오자마자 체중계 위에 섰다. 두 자리 숫자로 찍힌 몸무게는 변함없었다. 그럼, 살이 아니라는 말인데, 얼굴이 좋아 보이는 건 왜일까? 얼굴에 답이 있을까 싶어 찬찬히 거울 속 나를 봤다. 어디가 달라진 걸까? 결국 눈에 보이는 답은 찾지 못했다. 보통의 경우, "얼굴 좋아졌다"는 말은 살이 쪘다는 말과 은근슬쩍 짝꿍이 되어 누군가에겐 듣기 싫은 거북한 말로 받아들여진다. 세상 살기 편해서 얼굴이 폈네, 근심걱정 없어 살이 붙었나 보네, 좋은 일이라도 있나 보네 등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상황 속 어조와 뉘앙스에 따라 주고받는 서로의 기분이 결정된다. 그런데 이 말이 내 귀엔 참 듣기 좋다. 슬쩍 미소 짓게 만든다.
"건강해졌구나!"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탄천을 걷다 우연히 지인과 마주쳤다. 1년 넘게 근력 운동을 같이 하다 작년에 그만두고 나서 오래간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반대쪽에서 달려오다 서로 눈이 딱 마주쳤다. 6개월 후 만난 그녀의 얼굴은 땀으로 젖어서 그런지 달라 보였다.
얼굴이 좋아 보여요! 매일 뛰세요?
응. 되도록이면 매일 아침에 뛰어. 러닝 한 지 꽤 됐어.
침울하고 피로에 찌들었던 회색빛은 사라지고 살아 숨 쉬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얼굴 좋아졌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다행히 상대방도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로의 얼굴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라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은하게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얼굴을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가 얼굴이 좋아진 이유를 생각해 봤다. 갑자기 좋아졌을 리 없을 텐데 누적효과라도 있는 걸까? 암 발병 5년이 지난 지금은 건강염려증에 사로잡혀 있던 때에 비하면 부지런하게 세심하게 이것저것 따져가며 음식을 먹지 않는다. 한마디로 긴장이 풀려 느슨해졌다는 표현이 정확할 듯하다. 그럼에도 굳이 비결을 찾는다면 일주일에 세 번 근력운동을 하고, 매일 잊지 않고 걷기 때문이다. 아직은 예전에 비해 늘 중간중간 충전이 필요한 체력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럼에도 일상을 살아갈 힘과 의지를 채워주는 운동과 안달복달하지 않고 사는 마음가짐이 어느 순간 내 얼굴에 "살만하다, 건강하다"라고 새겨놓은 게 아닌가 싶다.
듣고 보니 좋은 그 말, "얼굴 좋아졌네!"에서 "얼굴이 참 좋아!"로 쉼 없이 나아갈 것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날 응원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얼굴이 참 좋은 사람을 만나고 나도 상대방에게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