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29
30분이 넘도록 눈앞에서 행복하다고 엉엉 우는 딸아이를 보며,
아직 아이구나.
저렇게나 감동적일까.
같이 울어줘야 하는데 나는 왜 펑펑 눈물이 나오지 않는 걸까.
물론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내 품에, 남편 품에 쏙 안긴 작은 체구의 13살 아이가 계속 눈물을 흘렸다.
제가 하는 것도 없는데.
앞으로 잘할게요.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요.
게임과 유튜브도 줄일 거예요.
이어지는 자기반성과 계획은 마치 울음바닷속 파도처럼 밀려왔다 갔다 했다.
비싼데 사 주실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게임하는 저에게 이런 선물을 주시다니 꿈같아요.
저 같아도 안 사줄 것 같은데.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맡기러 가기도 부끄러운 고물이라고 말하던 남편은 잠시 고민했다. 몇 달 전 말썽이던 핸드폰을 사줬는데 이번엔 태블릿 차례인가 싶었다. 5년 넘게 쓴 전자기기가 분해되기 직전이었다. 저렇게 쩍 하니 갈라질 수도 있구나 싶어 식구들 모두가 놀랐다. 딸아이만 쉼 없이 주르륵주르륵 눈물을 흘리더니 결국 토끼눈을 만들었다. 달래느라 애를 먹었다. 자기 인생의 반을 함께했던 탭이 없어진 일상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쓸쓸할 것 같다며 한참 동안 울먹였다.
다행스럽게도 다음날부터 스르르 진정되는 가 싶었다. 생각보다 탭 없는 일상이 흘러가는 것을 본 나는 냉정한 엄마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이 참에 핸드폰으로만 게임을 하게 하고 탭은 꼭 필요한 시점에 사주면 어떨까라고. 남편은 그런 나와 달랐다. 영어학원 시험 성적하락으로 안 그래도 낙담한 딸아이에게 힘을 주고 싶다는 말을 했다. 내 의견을 물으며 언제 사줄까를 고민하는 듯하더니 바로 실행에 옮겼다. 탭을 구매하고 세팅까지 마쳤다. 일사천리로 준비하는 남편을 보며 자그마한 카드를 건넸다.
마음을 담은 글을 써서 주면 더 감동할 거야.
그렇게 남편은 손편지까지 준비했다. 웬만해선 편지를 안 쓰는 남편도 딸아이에게 감동을 주고 싶었는지 대성공이었다. 그렇게 학원에서 돌아온 딸에게 깜짝 선물을 전달했다. 신의 한 수가 되길 바라면서. 이번 탭 선물이 딸의 생활습관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바랐다. 다가올 생일 선물 겸, 졸업선물 겸이라며 이것저것 의미를 붙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딸아이가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기를 바란다는 우리의 마음을 전달했다. 너무 부담스러운 선물이라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딸아이. 마음먹은 대로 실천이 안 돼서 스스로를 믿을 수 없어 괴롭다는 사실을 고백하면서 자신을 믿어준 부모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잘할게요.
노력할게요.
믿어줘서 고마워요. 믿어줘서요.
자녀가 성장하는 만큼 부모도 함께 성장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는 남편. 그렇게 아빠의 깜짝 선물로 그동안 살짝 멀어졌던 부녀 사이는 다시 가까워졌다. 믿는다는 믿음, 그 마음이 전해져 오랜만에 뿌듯한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