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32
집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딸이다. 함께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든 각자 할 일을 하며 조용히 보내든, 우리는 한 공간에 머문다. 4인 가족이지만 두 남자는 얼굴보기 쉽지 않다. 아들은 일주일에 두세 번 저녁을 사 먹고 10시 넘어 집에 오면 방으로 직행, 남편은 금요일 저녁 전까지 저 멀리 울산에서 지낸다. 자연히 월화수목 저녁밥은 딸과 둘이서 단출하게 먹는다. 지금도 앞으로도 누가 내 곁에 오래 있을 자식인지 생각하면, 99프로 딸일 가능성이 크다. 보통의 모녀처럼 그렇게 될 거라 생각하니 서로에게 더욱 잘해줘야 할 것만 같다.
딸과 둘이 외식하는 게 어쩐지 어색하다. 아니 익숙하지 않다. 예나 지금이나 가족이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소박한 주부의 꿈을 버리지 못했다. 함께 하는 시간이 점차 사라지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인데도 맛있는 음식 앞에선 얼굴이 떠오르며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뭉치지 않으면 안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였을까?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남편과 아들 없이 취향대로 먹을 법도 한데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엄마인 나보다 더 깐깐한 딸이 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절약정신 덕분에 반복되는 메뉴가 지겹기도 하지만 집밥을 먹고 속이 편하다. 이것저것 요구하는 아들과 달리 주는 대로 먹는 딸을 보면 기특하고 고맙고 미안하다. 사고 싶은 게 많을 나이인데도 꾹 참는 걸 보면 어른인 나보다 낫다. 용돈을 줘도 2천 원이 넘는 간식을 사 먹지 않을 정도로 지갑을 잘 열지 않는다. 가르친 게 없어도 아들보다 경제 개념은 확실한 것 같다.
아빠가 퇴직하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요?
그게 걱정이라 어린 마음에 소비를 억제하고 있다. 괜찮다고, 아빠가 준비를 하고 있다며 안심시키지만 미리 보기를 할 수 없는 몇 년 뒤의 미래가 걱정스럽기만 한가 보다. 엄마인 나에게 소비를 멈추라고 지적할 때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 딸이 여름이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이 생겼다. 작년부터 맛본 코다리냉면이다. 맵다고 못 먹더니 이제 제법 새콤달콤 쫄깃한 맛의 진가를 알았는지 찾는다. 덕분에 입맛 없는 더운 여름날이면 시원한 냉면 한 그릇으로 활기를 보충한다. 얼굴을 마주하며 자기 앞에 놓인 한 그릇을 온전히 흡입한다. 얼마 전까지 곱빼기를 시켜 나눠먹었는데 이제는 독립했다. 코다리냉면의 진가를 알고 엄마를 더운 주방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우리의 어색한 외식도 코다리냉면 앞에서는 익숙한 풍경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