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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힘내세요!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31

by 태화강고래

사회생활 10년, 퇴사 후 연락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직장인은 알겠지만 일로 만난 사람은 일이 없으면 끈 떨어진 연처럼 다시 만날 분위기를 띄우기란 여간 쉽지 않다. 동료에서 지인으로 넘어가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퇴사 후 두세 번 만나면 그나마 나은 편, 보통은 연락처에 남아 있으나 선뜻 먼저 연락할 수 없는, 이름 석자만 볼 수 있는 존재로 남는다. 가끔 생각나지만 바로 연락하기는 어쩐지 어색하다.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이 있다. 계약직 공무원일 때 만난 팀장님과 스타트업 대표님. 두 분 가운데 마지막으로 다녔던 스타트업 대표님과는 1년에 한두 번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어느덧 7년째다.


그저 그런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휴대폰에 익숙한 이름이 떴다.

그 목소리, 여전하셨다.

연락처를 보다가 생각나 안부전화를 하셨다고.

누군가 나를 떠올리고 안부를 궁금해한다는 건 고맙고 고마운 일이다.


이렇게 쿨하게 안부를 주고받지만 그땐 참 힘들었다. 아줌마로서 파트타임을 찾으며 어디든 받아만 준다면 가겠다는 심정으로 발을 들인 그곳은 모든 게 낯선 세상이었다. 영어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에 갔지만 제조업을 하는 신생회사로 만만한 게 없었다. 작은 사무실에서 가족 같은 인원이지만 가족일 수 없는 미묘한 관계, 인생 처음 남초집단에서 일하는 불편함과 편함이 공존하던 곳. 업무분장은 있으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어쩐지 동아리 같기도 했던 곳. 그때의 경험은 언젠가 다시 글로 남기고 싶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하루 이틀 버티고 1년이 지나 어느덧 익숙해졌다. 지나고 보니 매일이 새날처럼 배운 게 참 많은 시절이었다. 장밋빛 아우라를 뿜어내는 기쁨의 기억보다는 회색빛의 힘든 순간들이 더 많았지만 생생한 기억은 어제의 일 같다. 코로나 이후 회복이 안되고 있다는 하소연에 마음이 무거웠다. 소상공인 지원은 있는데 중소기업, 특히 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없어 버티기가 어렵다고 하셨다. 그때도 어려웠는데 얼마나 어려울지 상상만으로도 맥이 빠졌다. 석 달 치 월급을 밀린 적도 있었고, 점심을 싼 국밥으로 대충 때우며 일하기도 했었다.


사업하는 리더라기에는 어쩐지 결단력, 추진력이 부족한 햄릿형 대표였다. 안타까운 순간들이 많았지만 마음만큼은 따뜻했다. 여전히 그곳에서 월급을 받고 있다면 따뜻한 마음은 보지 못하고 반복되는 일상과 진척 없는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나갈 곳이 있어 다행이라며 그들과 팀을 이뤄 "언젠가는"을 가슴에 심고 희망회로를 돌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건,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으니 사람이 보인다는 것이다. 답답하리만큼 우직하게 변함없이 노력하는 그 끈기가 비대면 통화로도 전해졌다. 한 번쯤은 그에게 보상이 이루졌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었다.


전화를 끊기 전, 외쳤다.

밥 사드릴게요! 시간 봐서 연락 주세요! 힘내세요!


진심으로 대박은 아니라도, 중박이라도 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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