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38
가끔 커피를 포장한다.
집에 원두가 떨어지거나 갑자기 외부커피가 당길 때면 집밖으로 나가 어슬렁거린다.
집 앞 카페들을 제치고 아파트 커뮤니티 카페를 찾아갔다. 보통 한 달에 한 번도 들르지 않는 이곳에 남자 카페지기가 있었다. 오전시간이라 혼자만의 아침식사 중이었는지 급히 입에 든 무언가를 정리하며 주문을 받았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인데 뜨겁지 않게 얼음 좀 넣어주세요. 테이크아웃해요.
그렇게 주문을 마치고 잠시 책장에 진열된 수많은 책 가운데 은유작가의 책을 손에 들었다. 마침 펼친 부분이 나에게 하는 말 같아 그 자리에 서서 읽었다.
"부끄럽지만 나는 내가 열심히 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에 허천난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러지 않으면 살아지지 않는 줄 알았다. 사는 게 서툴렀다. 내 마음 얼마나 얼뜨고 거칠었나. 들볶았고 들볶였다. 물에 녹지 않는 미숫가루처럼 둥둥 떠다니는 감정의 건더기가 사래처럼 목에 걸린다. 삶의 속도 개선. 결에 따라 섬세하게 살피고 헤아려서 어떤 일은 느린 가락으로 어떤 건 빠른 템포로 살아야 한다."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中]
여전히 사는 게 서투른 게 나만 아니구나 싶었다. 나도 부끄럽지만 나름 열심히 살았고, 지금도 허투루 살고 싶지 않아 이것저것 손에 잡고 있다. 정답이 없어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인생살이에 정답이 있는 듯 내 삶이 불만족스러울 때가 참 많다. 이 정도면 괜찮지!라고 스스로 평가할 만큼 만족스럽게 보내는 날은 일 년에 며칠이나 될까. 삶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제대로 살기 위해, 일상에서 강약 조절을 잘해야 하는데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초반에 애쓰다가 스르르 힘이 풀려 흐지부지 되기도 하고, 가볍게 시작했지만 중반을 지나 탄력이 붙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혼자 애쓰다 감정만 상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주변의 속도를 염두해 맞춰야 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도 잊지 말아야 한다. 고려할 게 너무 많아 반백이 가까워오는 생을 살았는데도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상적인 삶을 꿈꾸다 포기할 것만 같다. 한숨 쉬는 일이 꽤 많지만 그래도 가끔 이렇게 우연찮게 자각이라도 하면서 감정의 건더기에 질식되지 않도록 해보자는 다짐을 하며 책을 덮었다.
아메리카노를 받아 들고 한두 걸음을 떼자 커피가 흘러내렸다. 뚜껑을 열어보니 커피가 넘칠 만했다. 얼음까지 넣었으니 더욱 그럴 수밖에. 손님에게 가득 주고 싶은 마음보다 1센티정도 여유를 두고 주었다면 어땠을까? 뜨거운 커피가 종이컵을 타고 흘러 손에 묻는 것보다 약간 부족한 듯 공간을 남긴 커피가 생각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