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win-win 아닐까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27

by 태화강고래

오랜만에 경험한 윈윈상황 (win-win situation) 덕분에 기분 좋은 하루였다.


1주일 전 산정특례종료가 다가온다는 내용으로 글을 썼다. 오늘의 글은 앞서 쓴 글의 후속 편이다. 유방외과 MRI검사가 내년 3월 말로 예약된 지 몇 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산정특례종료일이라는 날짜가 머릿속에 입력된 순간, 예약된 검사 날짜를 부랴부랴 재확인했다. 아차 싶었다. 종료일을 넘어서 있었다. 수화기 너머 예약실 직원들은 2월 MRI는 예약이 꽉 차 변경이 불가하니 수시로 전화해서 취소자리가 있는지 확인해 보라고 말만 반복했다. 50-100만 원이 드는 MRI를 어떻게 해서든 만료예정일 전에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다. 맞벌이라도 비싼 검사비인데, 외벌이 형편에 병원비라도 줄여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로 어떻게 해서든 2월 중으로 바꿔보겠다고 결심했다. 병원에 전화를 해도 통화대기가 보통 10여분이고, 연결이 된다 한들 자리가 없다고 할게 뻔하고, 하루종일 검사 예약 대시보드를 볼 수도 없는 상황에 집에서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 그래서 직접 병원으로 갔다. 비대면 전화보다는 그래도 대면으로 사정사정하고 대기라도 넣어달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으로. 병원문턱을 넘어 예약담당 간호사에게 다가가 진료 안내문을 내밀고 사정을 얘기했다. 간호사의 눈치를 살피면서...


간호사 : 산정특례종료일은 4월 초라 예약된 대로 검사해도 괜찮은데요.

나 : 제가 암이 두 개라, 종료일이 두 개에요. 유방 쪽은 3월 초가 만료일이고, 난소 쪽은 4월 초예요.

예약된 검사는 유방 쪽이라 3월 초에 맞춰야 한다고 들었어요.

간호사 : 제 화면에 보이는 건 4월 초 밖에 없는데, 이상하네요. 한번 확인해 볼게요.


그렇게 말한 뒤 키보드를 후다닥 몇 번 치더니, 말했다.


간호사 : 중복암일 경우에 늦은 만료일만 제 화면에 보이는 거였네요. 이건 원무과에 재확인하지 않으면 놓칠 부분이라 기록해 두었다가 회의 때 이야기해야겠어요.


그러더니, 핸드폰으로 화면을 찍어 자료로 남긴 뒤, 검사예약실로 전화를 걸어 내 사정을 전달했다.


간호사 : 다행히 만료 하루 전에 한 자리가 있네요. 아침 일찍이니 시간 맞춰 오세요.

나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함을 표시하고 싶은데, 음료수라도 사서 드리면 안 되겠죠?

간호사 : 여기 있는 칭찬카드 한 장 써주시면 됩니다.


그녀가 내민 칭찬 카드에 환자정보와 그녀의 이름을 나란히 썼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넘기고 싶지 않았다. 난생처음으로 잠깐 서서 카드를 쓰고, 고객의 소리함에 가벼운 마음으로 넣고 발걸음도 가볍게 병원문을 나섰다. 어쩌면 직원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내 마음은 그저 고마웠다. 원하던 날짜 변경이 이루어졌으니 모든 게 만족스러운 상황인데, 친절한 목소리와 성의 있는 태도까지 곁들여지니 고마움이 더해졌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나 같은 중복암 환자들의 산정특례종료일 표기가 가까운 미래에 수정되어 마지막 혜택을 못 받고 지나치는 억울한 사람이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내 상황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나를 도와준 직원의 입장에서도 환자에게 칭찬 카드를 받고, 산정특례 부분에서 개선을 이끄는데 기여하게 되면 인센티브라도 받게 되지 않을까. 수많은 환자 중의 한명일 내 예약일정 변경에 그치지 않고, 앞을 내다보고 개선해 보려고 열심인 그녀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런 게 쌍방에게 유리한 상황이 아닐까 싶었다. 환자인 나도 좋고, 직원인 그녀도 좋고. 그녀에게 어떤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는지는 모르나,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니 마치 병원관리자가 된 듯 만족스러웠다. 물가는 오르고, 삶이 팍팍한 일상에서 양쪽이 득을 보는 상황을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면 매일을 기분 좋게 살아갈 힘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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