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6
따사로운 햇살이 반가운 오전시간이다. 영하 7-8도를 찍던 아침 기온이 5도 정도 상승한 덕분에 찬 기운이 덜 차갑게 느껴진다. 정체된 공기로 무겁고 답답하게 느껴지던 집을 벗어나니 새삼 시원하고 상쾌한 기운이 나를 감싼다.
아파트 상가에 문을 연 커피 전문점들을 지나쳐간다. 매일 무심코 지나치는 카페들. 정문을 중심으로 왼쪽부터, 이디야커피, 컴포즈 커피, 일반 카페 1, 카페 2가 있다. 정문에서 오른쪽에도 메가커피가 있다. 아파트 단지 안에도 커뮤니티센터 카페가 있으니 이용할 수 있는 카페가 6곳이나 된다. 아메리카노 가격이 1,500원인 메가와 컴포즈, 이디야는 3,200원, 최근에 가격을 내린 카페 2의 아메리카노는 2,000원, 카페 1은 변함없이 4,000원이다. 아메리카노 가격이 1000원대부터 4000원대까지 다양하다. 저가 커피의 등장에 살아남겠다는 의지로 이디야와 카페 2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내려갔다. 매장 면적이 넓고 건물주 아들이 운영하는 카페 2만 변함없다. 아메리카노 가격과 함께 6곳의 카페 각각 색깔이 달라 취향과 목적에 따라 이용하기가 편리하다. 소비자 선택권이 생겨서 만족스럽다. 5년 전, 신축 아파트에 들어선 이디야 커피는 유일한 카페였다. 주말 평일을 가리지 않고 붐볐다. 직원들도 불친절했다. 현재, 아파트 입주 초반의 풍경으로 기억되는 이디야의 독점적 지위는 사라지고 남들과 같은 경쟁에 놓이게 되었다. 이디야를 지나칠 때마다 옛 생각이 난다.
카페 1을 자주 찾는다. 그곳은 넓고 쾌적하다. 일단 노트북을 이용할 수 있는 좌석과 대화할 수 있는 좌석이 분리된 듯한 구조가 마음에 든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오늘도 노트북과 씨름하고 있는 사람들의 몰입이 내게 느껴진다. 반대편에는 대화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잠시 앉아 카페 내부를 살피며 주문한 테이크아웃 커피를 기다린다. 커피 사치다. 피곤이 가시지 않아 카페인 섭취, 그것도 좋아하는 카페의 커피 한잔이 오늘을 살아갈 힘을 줄 것이라 확신하고 들렀다. 일주일에 한 번씩, 요일이 정해져 있지는 않으나 에스프레소 커피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날이 있다. 순순히 악마의 휴혹을 받아들여 카페 커피가 주는 마력의 기운으로 각성하고 집중한다. 부드럽고 씁쓸한 커피가 목을 타고 내려가면, 어느새 머리는 안다. 4,000원의 값어치와 효과를.
작가들의 글쓰기 장소로 카페가 자주 등장한다. 내가 본 노트북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도 글을 쓰는 중일 것이다.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진다. 이따금씩 집안일이 산적한 익숙한 거실에서 벗어나 낯선 카페에서 글을 쓰는 것이 전략으로 통한다. 카페에 손님이 집중되는 시간을 피해 간다면 사무실에 출근해서 보고서를 마무리 짓는 것 같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들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집중력이 높아지는 덕분이다. 번잡스러워 집중이 안될 것 같은 외부에 나를 던져 놓으면 오히려 중추 신경이 계속 바쁘게 움직이는 신기한 경험이 찾아온다. 노트북 없이 그냥 앉아 머릿속에서 맴도는 글감을 대강이라도 브런치 서랍이나 메모장에 개요만 작성하고 집에 와도 카페 방문의 목적은 성공적이다. 뿌듯한 마음 가득 채우고 카페 문을 나선다. 이런 이유로 친구들과 사교적인 목적으로 카페를 방문하는 횟수보다 혼자 생각할 목적으로 카페에 자주 간다. 오늘도 커피 한잔으로 이 글을 쓴다. 그리고 상상한다. 경제적 여유가 되면, 카페 주인이 되어 글 쓰며 살고 싶다고. 물론 밥벌이의 목적으로 카페를 운영하면 월세 버느라 낭만적인 카페 주인의 향기는 사라지고 고달픈 자영업자의 모습만 남게 될 것이다. 지인 중의 한 명이 카페를 운영하느라 애쓰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밥벌이의 노동에 눌려 낭만은 눈을 씻고도 찾을 수 없다는 씁쓸함에 현실을 자각하면서도 말이다.
울산에서 즐겨 찾던 오션뷰 카페는 없지만, 동네 카페 하나는 찾았다. 잠시 쉼을 주고, 생각할 수 있는 나만의 카페를 만나 오늘 하루도 내 몸이 잘 굴러간다. 그걸로 행복하다. 다음에는 한적한 시간에 노트북 앞에 앉아 글 한편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