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치킨 사랑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7

by 태화강고래


제일 좋아하는 음식?

치킨

제일 먹고 싶은 음식?

치킨


아들은 닭요리를 진심으로 좋아한다. 바삭한 튀김옷을 입은 후라이드 치킨도, 튀긴 후 양념에 졸인 닭강정도, 집에서 만들어준 닭다리 간장 조림도, 냉동실에서 나온 치킨 너겟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한다. 가장 좋아하는 건 후라이드 치킨.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칠 정도다. 집에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BBQ치킨집으로 1주일에 한 번씩 픽업하러 간다.


토요일 저녁 메뉴로 치킨을 선택한 식구들을 위해 오늘도 어김없이 배달비를 아낄 겸 집을 나섰다. 주말 저녁시간이라 내 앞에 5팀이 이미 대기 중이었다. 치킨의 인기는 예나 지금이나 식을 줄 모른다. 나도 한때는 치킨을 좋아했다. 1984년 처음 종로에 매장을 열면서 한국에 진출했다는 KFC. 그로부터 10년 뒤 중학교 때 처음으로 지하철역 부근 KFC 매장에서 미국 치킨의 맛을 봤다. 바삭바삭하며 육즙이 가득한 환상의 맛에 반해 주말마다 엄마는 양손 가득 포장해 오셨다. 집에서 편하게 우리 삼 남매는 받아먹느라 멀리서 먹이 물고 온 어미새의 노고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어미새가 되어 그 어미새의 노고와 사랑을 알게 되었고, 가끔은 당연하게 여기는 자식들이 서운하기도 하다. 엄마는 진짜 자식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르고 행복했을까?


치킨 냄새를 풍기며 집안으로 들어서면, 아들은 김이 서린 치킨 포장 박스를 식탁 위에 놓는다. 딸은 접시와 컵을 준비하고 황금올리브치킨을 가운데 두고 먹기 시작한다. 천천히 먹는 딸과 달리 아들은 숨을 쉬는지 걱정될 정도로 치킨 조각을 입에 넣기 바쁘다. 바사삭, 바삭, 저리도 맛있을까? 말없이 먹는데 집중한다. 볼 때마다 놀란다. 셋이 치킨을 먹는 동안, 난 밥과 반찬을 먹는다. 튀긴 음식을 먹으면 속이 불편해 안 먹는다. 아프기 전에는 한 두 조각씩 먹었는데, 이제는 구경꾼이 되었다. 오늘은 부스러기도 없이 남김없이 다 먹어 치운다. 배부르다며 일어서는 아들 얼굴을 쳐다본다. 배부른 자의 행복에 나도 기분이 좋다. 잘 먹어주었으니, 내가 어미새의 역할을 잘 수행했으니. 다만, 튀긴 음식이 건강에 안 좋다는 말에 최대한 덜 사주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다. 치킨치킨 노래만 부르지 않으면, 좋겠는데, 자나 깨나 치킨을 사랑하는 그 마음을 무시하기가 힘들어 내 사랑도 알아주라고 아들의 치킨노래에 응답한다.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음식을 먹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한쪽에 내려놓고, 치킨을 사 준다. 엄마니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주말 오전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