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지기

익어가는 마음챙김

by 지니의 쉼표

나에게는 오래된 친구 하나가 있다.

공주처럼 예쁜 친구.


시골에서 막 올라온 듯한 나와는 상반된 예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어디서든 빛이 나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1학년 1반 우리 반 부반장

하얀 광이 얼굴 주변에 감 샀던 친구.

그 친구와는 친구를 할 수 없었다.


중학교 1학년 8반 우리 반 부반장

여전히 하얀 광이 얼굴 주변에 나던 친구.

그때도 그 친구는 우리 반 부반장이었다.

그 시절은 웬만하면 여자는 부반장이 최고자리였다.

그 친구와도 여전히 친구를 하진 못했다.


그런데도,

사진을 찍으면 늘 내 옆에 있던 친구이긴 했는데

나는 그 친구 옆에 범접할 수가 없었는지

아님 친하게 지냈는데 기억이 없었는지는 모르겠다.


단체사진, 조별사진, 둘이 찍은 사진, 수두룩 하게 옆에 있었는데

여전히 친구와 친구인 기억이 없다.




그러다 풋풋한 스무 살,

유아교육과에서 그 친구를 만났다.


그때부터였다.

자비량도 함께 가고,

봉사활동인 농활도 가고, 인형극 강연도 같이하면서

우리는 단짝이 되었다.


서로의 집에서 밤새수다 떨다가 곯아떨어지고,

다음날까지 이어 수다를 떨고,

둘이 만나 학교를 가다가 날이 좋으면

가던 길에 대방역에 내려 잔디밭에 앉아서 앞으로 진로를 고민하고,

밤새 수다를 떨었는데도

또 할 얘기가 남아서 수다를 떨다가 학교에 늦을 뻔도 하고,

수많은 추억이 가득한 친구다.


그 뒤론,

그 친구와 친구가 아닌 적이 없다.


지금은 내 주변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내가 "초등돌봄전담사"를 하자고 하니,

아무 말없이 함께 시작하는

재능도 많고,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활달하고,

다른 사람들을 잘 세워주고 지혜도 많은 친구.


내가 "작가가 되었다"라고 하자 케이크를 사들고 와

축하해 주는 친구.

자기의 시간을 드려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마음이 따뜻한 친구다.


"우리가 이제 '부케'를 갖게 된 거야?"

"나는 시낭송가, 너는 작가? 으~흠 너무 좋다."


꿈이 많던 내 친구와 나는

이제 이렇게 서로의 결을 닮아가며 익어가고 있다




조각조각 난 내 상처 위에

나와 함께 있어주고, 울어 주고,

나를 단단하게 붙잡아 준 친구.


오래된 내 친구를 생각하면,

아픈 상처들 위에 따뜻한 체온만 가득 남는다.


*사진출처: pex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