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위에 조용히 올려놓은 마음 챙김 1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첫 번째 고백

by 지니의 쉼표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은

내 마음을 오래 가난하게 만들었다.

그런 아버지는 가족 밖 사람들에게는 "호인"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상처는 늘 집안에서만 흘러나왔다.

매일 잔뜩 취한 아버지는 두 딸을 무릎 꿇려 앉히고

횡설수설 혼을 냈다


사춘기였던 나는 부당함에 맞서 싸웠고,

나보다 두 살 많은 언니는 속으로 모두 참으며 마음을 다쳐갔다.

아버지의 화가 풀리지 않는 날이면

부당하다 외치는 막내였던 나에게 손이 올라왔다.

그때마다 언니는 온몸으로 나를 막아줬다.

그 시간,

언니는 내게 유일한 '어른'이었다.




엄마는 생계를 책임지느라

밤 10시가 돼서야 잔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셨다.


돌이켜보면

그 길이 얼마나 고됐을까.

무능력하고 불성실한 남편을 버리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

정말 단 한 번도 들지 않았을까.


그러나 엄마는 그런 고민을 할 틈도 없이

발걸음 재촉해 집으로 돌아와

술 취해 아이들을 몰아붙이는 남편을 말렸고,

맞고 있는 두 딸을 지켜 주셨다.

그 어른이 내게는 유일한 보호자였다.




성인이 되어 물었다.

"왜 그때 우리 버리고 도망가지 않았어? 우린 엄마 원망하지 않았을 텐데."


엄마는 늘 한결같이 대답했다.


"너희가 눈에 밟혀서...

내가 없으면 너희가 맞을까 봐,

남편을 버리면 버렸지 너희들을 버릴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라고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언니와 나는 울었다.



아버지의 폭력은

그 상처 그대로 마음에 남겨있었다.


그 마음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는 늘 해맑게, 밝게 사람들에게 친절했다.

나를 떠날까 두려워서,

상대에게 맞추고 또 맞추며 살았다.


물론 나의 기질도 있었겠지만

더 깊은 관계가 되려고 하면

나는 겁이 났다.


버려질까 봐.

아빠 같은 사람일까 봐.

그래서 결국 도망을 선택했다.


요즘 말로 '잠수이별',

그때는 그것이 상대에게

얼마나 큰 상처인지 전혀 몰랐다.

내 마음조차 들여다볼 줄 몰랐던 시절이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때 나를 지켜주고, 사랑해 주던 사람들 덕분에

나는 '사랑받아도 되는 사람'이라는 걸 배웠고,

그 마음이 지금의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게 해 준

근원이 되었다는 것을.


내 마음을 살피기 시작하니

그때 그들의 상처가 보였다.

어릴 적 나처럼

그들도 상처를 받았을 것이라는 걸.


그래서 이제 말할 수 있다.


나는 그들에게

사과를 했어야 하는 사람이었다고.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내 마음을 들여다본

첫 번째 '마음챙김'이라는 것.


작가의 이전글초보 작가가 되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