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속 우산

슬픔이 머물지 않기를

by 지니의 쉼표

3살 때부터 울 엄마는 직장을 다니셨다.

갑작스럽게 비가 오면 우산을 챙겨줄 사람이 없었다.

우산을 준비하지 않은 비는 나를 늘 당황하게 했다.

교문 앞엔 어른들이 한 손에 여유분 우산을 들고 하교하는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우산을 챙겨줄 사람이 없으니 그치길 기다리다가 신발주머니를 쓰고 달려 하교했다.


갑작스러운 비는 나를 슬프게 했던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교문으로 걸어가는 동안 친구들은 하나, 둘 학교 앞에서 기다리는 부모님과 함께 집으로 갔고


그 와중 갑작스러운 비를 피할 수 없어 나와 함께 비를 맞고 가는 친구와 영화 한 장면을 찍기도 했다.

지금도 사진처럼 나의 뇌리에 남아 있는 장면은

신발주머니로는 가릴 수 없는 폭우로 속옷까지 홀딱 젖은 친구와 나는,

마구 퍼붓는 비를 맞으며 깔깔거리며 하교하던 장면이 있기에

교문을 나오는 내 모습은 슬프지만 우울하지 않았다.

KakaoTalk_20260102_225528141.png

난 다 커서 그런 아픔이 있었다며 엄마에게 얘기를 한 적 있었다.

갑자기 엄마의 얼굴에 슬픔이 보였다.

함께해 주지 못했던 미안함이 얼굴에 스쳤다.

분위기를 바꾸며 나는 말을 했다.

"엄마, 나도 울 애들 어려서부터 직장맘이라 어찌했는지 알아?"

"가방에 책은 없어도 매일 우산을 가방에 넣어줬다. 잃어버리고 오면 다시 채워 넣어줬다."


엄마는 "왜 나는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하시며 "잘했네" 하셨다.

난 그런 엄마에게 "우린, 먹고살기도 어렵고, 도시락 6개씩 싸야 하는데, 우산을 어찌 가방 속에 챙길 수 있었겠어" "난 괜찮았어! 비로 다 젖어도 나와 함께 맞아줄 친구들이 있었잖아"

"그것도 추억이 되었잖아!"

엄마의 슬픔과 미안함 가득한 얼굴에 나는 애써 괜찮았다고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 뒤로 엄마는 우산만 생기면 나에게 줬다.

남자아이들이라 우산이 성할 날이 없다고 하니 그것도 맘에 쓰이셨나 보다.




요즘은 우산이 너무 많다.

또 비 좀 맞으면 어떠리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학교에 나와 같은 아이들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여유분 우산을 사 두었다.

내가 그들의 엄마인 것처럼,


비를 맞는 것이 아이들에게 추억이 될지도 모르지만 보살펴 줄 어른이 없어서

'나만 비를 맞고 간다'는 생각으로,

슬픔까지 만들어 주고 싶지 않았다.


나와 같은 슬픔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머물지 않기를 바라기에

나는 오늘도 열심히 나의 어린 시절 숙진이를 위로하고, 돌본다.



작가의 이전글꽃을 보듯 너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