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업권을 따내는 방법-1

배짱과 신뢰만 있으면 된다-3

by 킹구라

쌍팔년도에 유행했던 말이 있다.

"술상무"

로비 문화가 성숙하지 못했던 시절 술접대와 그 후 자연스레 이어지는 성상납은

로비의 필승공식이었던 적이 있었다.

이러한 술접대시 간혹 술에 약한 담당자가 있을 경우 해당 업무와 전혀 관련 없는 타 부서

술이 강한 임원이 투입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의 역할이 바로 "술상무"이다

물론 기술적인 대화의 스킬은 기대하지 않는다. 오로지 술접대를 목적으로 한 일종의

남자 도우미라 보면 된다.


이는 일반 사기업이 대기업의 연간 계약을 따내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었을 뿐만 아니라

관급 공사 수의 계약 및 정치계의 추악한 로비도 이와 다를 바 없었다.

현재까지도 이러한 적폐적인 문화가 여전히 잔존하지만 비교적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70년대생과 80년 초반생들이 사회 전면의 핵심 Key-man으로 등장하며 서서히

바뀌어 가는 추세다.

물론 대기업 자체적으로 금품과 향응이 주를 이루는 구시대적 로비 문화를 배척하는

캠페인의 활성화가 한몫을 하기도 했다.


전편에서 언급한 대로 독립이라는 빅픽처를 항상 염두에 두고 담당자와 만날 때마다
기술적인 정보 교류로 인한 신뢰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던 그즈음,

계절의 여왕이자 가정의 달인 5월 황금연휴를 앞둔 날이었다.

3~4 일가량 되는 연휴를 앞두고 공장은 오후부터 셧다운에 돌입했고 사무실 분위기도

마치 명절을 앞둔 사람들처럼 저마다의 약속에 들뜬 모습들이었다.


나 또한 크게 다를 바 없이 좋은 계절에 좋은 시절

한창 놀기 좋아하는 혈기 왕성했던 서른 초반의 나이였으니 오죽했으랴

친구들과의 약속 또한 이미 잡아 놓은 상태라 퇴근 시간을 기다리기까지 마음이 분주했다.


퇴근시간.

직장과 집의 거리가 제법 됐는데 지하철로 50여분이 소요되는 시간이었다.

지루했던 이동시간을 상쇄할 만큼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기 그지없었는데

반가운 친구들과의 만남에다 이어지는 황금연휴가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서른 초반의 사내에겐 이보다 더 좋은 순간이 있을까 싶다.


"띠리 리리"


순간 휴대폰 벨이 울렸다.

뭔가 꺼림칙했다.

이따 만날 녀석들의 유쾌한 전화일 수도 있었는데 분명 그 느낌이 아니었다.

망쳐버린 시험 성적표 확인하듯 조심스레 폰을 열어보니


발신자는 삼성 SDI XXX


유행가 가사처럼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을까?


"대리님 퇴근하셨나요? 급하게 부탁드릴 일이 있어 전화했습니다"


본인이 재고 현황을 미처 파악하지 못해 발주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이 말인즉슨 재고가 부족해 생산라인이 가동 중단될 위기라는 뜻이다.

대기업 생산라인은 한번 멈추면 수억 원의 피해금액이 발생되는데

황금연휴를 앞둔 날,

그것도 일과시간이 훌쩍 지난 때에 나에게 SOS 구조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완제품이 없다고 할까?

사실 이 말도 틀린 말은 아닌 것이 세정작업과 건조작업, 마무리 포장작업을

앞둔 상태의 "반제품" 인걸 확인한 바 있었으니 그 대답은 거짓이 아니었다.

또한, 정식 발주 후 납기일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상황도 아닌지라 우리 같은

협력업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납품처는 대구 인근이 아닌 충남 천안 아니던가

지금은 납품기사고 뭐고 다 퇴근하고 없다. 내가 직접 올라가야 된다.

당시만 해도 도로 사정이 원활치 못했던 터라 연휴를 앞둔 고속도로의 정체는 불 보듯 훤한 것

오늘 중으로 귀가하기는 틀렸다.



"확인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라고 전화를 끊은 후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됐다.


우리도 재고가 없다고 대응을 하면 난 연휴 전 날을 편안히 즐길 수가 있었고

생산라인 가동 중단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삼성 담당자의 몫이었다.

게다가 난 협력업체의 대표나 임원이 아닌 일개 실무자급인 대리 신분 아니었던가?

내 위로 추후 책임 소재를 따졌을 시 화살을 막아줄 우산 같은 존재인 차장 부장급들도 있었다.


하지만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난 독립을 목적으로 대기업 담당자와의 신뢰를 쌓아왔었다.

상사의 지시로만 움직이는 수동적인 마인드가 아닌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주인의식을 가지는 것이

곧 독립의 최우선 마음가짐이라 여겼다.


"공장으로 복귀해서 준비되는 대로 출발하겠습니다"


이 대답에 삼성 담당자는 연신 고맙다는 말을 내뱉는다.

순간 갑과 을의 관계가 뒤바뀐 느낌이었다.



이 글을 읽는 사회 초년생분들은 눈여겨보셔야 됩니다.

이처럼 사소한 것 하나라도 주인의식, 오너 마인드를 가지고 조금만 자신을 희생하면 거래처와의

대인관계 증진 및 전체 비즈니스를 보는 시야의 폭도 넓어지며 한층 성숙된 본인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본인의 능력에 한계를 두지 마세요. 본인의 포지션을 한정하지 마세요

멀리 내다봐야 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오너마인드입니다.

과장 부장급의 직속 상사보다 더 큰 그릇을 가진 인물이라 주위사람들이 여기기 시작하면 더 이상 그들의

노예가 되지 않습니다. 힘센 노예가 힘이 약한 노예를 부릴 순 있어도 수십 년 세월 노예근성이 베긴

그들에게 오너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아무리 신참이라 한들 함부로 부릴 수 없는 존재입니다.



집 현관문을 목전에 두고 다시 지하철 역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상부에 별도 보고도 하지 않았다. 아니해봤자 돌아올 대답은 뻔했을 것이며 전화라도 받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순간만큼은 내가 판단하고 내가 결정해야 되는 오너의 입장에 스스로 섰다.

나만의 사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좋은 예행연습이라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했다.


아무도 없는 불 꺼진 공장에 도착을 하니 서글픈 마음이 잠시 밀려왔으나 곧 마음을 다잡고

경비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공장 전원을 올렸다.

백여 개에 달하는 제품들을 초음파 세정 및 건조작업, 마무리 포장까지 혼자서 다 하고 나니

시간은 어느덧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당시엔 꼭 해내야 된다는 마음에 배고픈 줄도 모르고 납품차에 바로 올라탔다.

아니 밥 먹을 시간도 없었다. 원청업체의 생산라인이 멈출 가능성이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일개 개인의 허기를 해소하는 시간을 가지는 건 사치라 생각했다.


천안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3시였다.

혼자서 백여 개에 달하는 제품 후공정을 도맡아서 하고 승차감이 최악인 트럭으로 장거리 운전까지

하고 왔으니 몸은 이미 녹초가 된 상태였다.

정문을 통과한 후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는다. 기다리다 잠이 들었나?

다시 해봐도 여전히 받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현장으로 직접 갔다. 24시간 풀가동 되는 생산라인.

마침 생산 현장담당이 반겨준다. 제품을 적재하고 난 후 발주 담당자는 어디 갔냐고 물으니

퇴근했단다. 맙소사!!


본인이 실수한 일의 해결을 협력업체 담당자인 나에게 맡겨놓고 정작 본인은 퇴근을 했다.

순간 어이상실감이 밀려왔지만 이내 든 생각은

그만큼 나를 신뢰했기 때문에 라인 가동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엄청난 위험을 인지하고도 편안히

퇴근을 했던 것이다. 제품을 준비하고 있던 시간이나 천안으로 올라오는 길에도 초 저녁 첫 전화 이후 한통의 염려 전화조차 없었던 것도 이를 반증한다.


일은 다행히 잘 마무리 됐다.

전편에서 말한 기술적인 정보교류로 인한 신뢰를 쌓은 상태에서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 "믿음"이라는

신뢰까지 이끌어 냈다. 이는 기백만 원의 금품 향응 접대보다 훨씬 효과가 좋은 로비의 일종이라 본다.

물론 이를 다른 관점에서 보면 대기업의 갑질 횡포라 여길 수도 있다.

발주 스케줄에도 없던 갑작스러운 납품 요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억울함을 제소하기에도 충분하다.


그러나

추후 상세 기술 하게 될 대기업 사업권을 따내는 방법에 있어 최우선 과제는


비즈니스 이전 인간대 인간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나 가는 것이다.

무리하게 요구하는 갑질이라 여겨 매정하게 판단하면 안 된다.

그 순간만큼은 갑과 을의 사무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대하라

상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아무리 무리한 부탁이라도 나를 희생해 도움을 줘야만 된다.


갑질 같아 보이지만 그 담당자는 본인의 실수로 곤경에 처한 상태다

이때 군말 없이 도움을 줬을 때 쌓이는 무한 신뢰 외에도 도움을 받았다는 일종의 마음의 빚까지

진 상태라 향후 내가 어떤 도움을 요청했을 시 그 사람은 발 벗고 나설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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