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바다 위에 남은 따뜻한 기억
태국 남부의 섬들은 밤버스와 아침 배로 이어지는 여정이 버겁고,
코사멧은 또 너무 가까운 감이 있어서,
이번에는 코창으로 향했다.
코(ko)는 태국어로 섬, 창(chang)은 코끼리인
코끼리 섬, 코창은
산이 많고 정글이 있는, 상업화는 아직 덜 된 야생의 섬이었다.
나는 내가 머물렀던 섬들 중에서 이 코창의 해안가를 가장 사랑한다.
포물선을 그린 듯한 화이트샌드 비치는
양팔로 나를 꼭 안아주는 느낌이다.
그 곡선 안에 서있으면, 세상이 나를 품에 감싸안는 것 같았다.
걷기 좋고, 사람들을 만나기에 벽도 거리감도 없던 곳.
이곳에서 외국 여행자들을 만나면, 늘 듣는 소리가
'She is very friendly'였다.
어느 날 밤, 영국의 어떤 여자는
베리 프렌들리 한 나를 데리고
태국 코창의 바닷가에서 저녁 9시부터 새벽 5시까지
시간대에 따라 다르게 열리는 펍과 클럽으로 옮겨 다니며
만나는 지인들마다 나를 소개해주었다.
그날 코창의 밤에 만난 사람들과 난, 지칠 때까지 웃고 떠들었다.
밤의 여행자들이 하루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해안가를 걷다가 슬리퍼 한 짝을 잃어버렸다.
그때 그 길을 지나던 한 남자가
한참이나 내 슬리퍼를 같이 찾아주었다.
며칠이 지나, 카오산로드에서 이 독일 남자를 다시 만났다.
그는 사색이 되어 있었다.
깜짝 놀라 이유를 물으니,
자기 집을 가끔 봐주던 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집에 도둑이 들어 이사라도 한 듯 빈집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당시 카오산로드에서 많이 팔던
은귀걸이와 작은 장신구들을 잔뜩 보여주며
독일로 돌아가 팔려고 돈을 몽땅 써서 구입했다고 했다.
저 멀리 독일의 도심에서 그 물건들이 팔릴까 생각이 들었지만,
난 그를 위로하며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사 주었다.
그는 그날 밤 비행기로 고향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