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현재 사이에서
그때의 네팔은 목적지가 아니었다.
인도로 가는 비행기값이 더 비싸서, 그냥 경유하듯 들른 곳이었다.
여행하면서 내가 느낀 네팔은 너무나 척박해서 살기 힘든 곳이었다.
이상하게도 진짜 친근해진 건 그 이후였다.
비정상회담에 출연했던 네팔인 수잔의 가족들을 보며
타멜거리의 사람들과 풍경들을 다시 떠올렸고,
지진으로 무너져 내렸다는 소식엔
내가 걸었던 골목들이 무너졌다는 이야기 같아
한동안 마음이 아팠다.
포카라는 드라마 나인과 태계일주에 나온 것을 봤는데
내가 여행했던 그때와는 너무 달라져 있었다.
내가 걸었던 포카라의 거리가
시간이 느리게 흐르던,
한 걸음마다 발길을 멈추게 하던 곳이었다면,
지금의 포카라는 관광의 속도가 자리 잡은 곳이 되었다.
여행자로서의 나는,
그 시절의 네팔이 그대로 멈춰 있길 바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달라진 네팔의 모습을 볼 때면
왠지 마음이 놓인다.
그래, 발전했다는 건 그들의 삶이 나아졌다는 뜻일 때니까.
그리고 그 시절엔 매일 같이 ‘자파니?’라는 말을 들으며 웃곤 했는데,
이제 한류 덕분에 누구나 ‘코리아’를 알고 반갑게 인사한다 하니,
어쩌면 네팔이 달라진 만큼
그동안 한국도 많이 변해왔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