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사무이, 이방인과의 한자 놀이로 기억되는 섬

내가 사랑한 태국 섬 여행

by 치세

태국의 남단, 태국 만에 위치한 코사무이.

푸껫 다음으로 태국에서 두 번째로 큰 그 섬은,

1998년 나의 첫 태국 섬 여행지였다.


내가 머무른 차웽 비치는

코사무이에서 가장 아름답고 긴 해변이었다.

산호가 부서져 만들어진 모래는 밀가루처럼 희고 고왔고,

바다는 걸어도 걸어도 계속 걸을 수 있을 듯 얕고 푸르렀다.


그 해변에서 어느 날 나는 일본인 여행자를 만났는데

그는 영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

물론 그와 나는 일본어와 한국어도 서로 몰랐다.

우린 종이와 펜을 꺼내

제일 처음 서로의 이름을 한자로 적으면서 인사를 했다.

네가 묵는 방갈로에는 벌레가 없냐는 의미로

내가 '벌레충(蟲)' 자를 적어 보여줬더니,

그는 신기하게도 금세 알아듣고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먼 이국 땅 남의 나라에서 만난 두 이방인은,

그렇게 몇 시간을 글자놀이에 빠져 놀았다.


코사무이에서 며칠을 지내다

바로 그 옆에 붙어 있어서 동생 섬이라 불리는

코팡안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한 달을 지냈다.

그러다 문득 '큰 섬의 활력'이 그리워지면,

마치 드라이브하듯이 코사무이를 다시 찾곤 했다.


내가 코사무이에 간다고 하면,

몇 달째 코팡안에만 머물던 '코팡안 피플'들이 다가왔다.

그들은 마치 영화 <비치> 속 등장인물처럼,

필요한 물품들을 빼곡히 적어주며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며칠 후, 밤바다의 클럽에서 다시 마주친 그들은

감사의 의미로 내 손에 맥주 한 병을 쥐여주었다.


그 이후로도 나는 여러 번 코사무이를 찾았다.

이제는 비행기를 타고,

태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그 야외 공항에 내린다.

30년 전 '벌레충(蟲)' 자를 적게 했던 낡은 방갈로가 아닌,

안락한 고급 리조트에 묵는다.


흙먼지와 아스팔트가 뒤섞여 있던 그 비치로드는,

이제 스타벅스와 스테이크 하우스, 아이리시 펍들로 화려하다.

모든 것이 변했지만, 나는 그 거리를 걸으며

여전히 30년 전과 같은 재미, 그리고 묘한 느긋함을 느낀다.

그곳을 향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지금도 그때와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