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베트남 여행의 재미
베트남은 여행자의 관점에서 보면, 그야말로 개벽한 나라다.
1998년, 내가 처음 그곳을 찾았을 때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그 시절 여행자라면 누구나 ‘신카페(Sinh Café)’로 향했다.
그곳에서 버스 티켓을 사고,
그들이 짜준 루트대로 호찌민에서 하노이까지 이동했다.
갈 수 있는 지역도 몇 곳 없었다.
그때의 여행자들은 보통 한 달쯤 여행했다.
패키지여행은 아니었지만,
며칠씩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지역에서 머무르다 보면
자연스레 친구가 되었다.
국적도, 언어도 달랐지만
그 시절의 베트남은 저절로 친구가 만들어지는 나라였다.
지금의 베트남은 다르다.
다낭은 ‘경기도 다낭시’라 불릴 만큼 익숙한 여행지가 되었고,
냐짱의 상점에서는 주인들이 한국말로 흥정을 한다.
호텔은 자고 일어나면 새로 생기는 듯하고,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아름다운 골프장들이 줄지어 있다.
여행은 훨씬 자유롭고 편리해졌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그때보다 덜 자유롭다.
나는 가끔 그 시절의 절제된 여행을 그리워한다.
돈도, 정보도, 선택지도 많지 않았지만
그만큼 길 위에서의 하루하루가 더 진심이었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가까웠다.
그때 한 달을 함께 여행하던 외국인 친구들과는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았지만,
며칠 뒤 카오산 로드에서 모두 다시 만났다.
그게 그 시절 여행의 마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