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열기 속에서
지금은 호찌민이 되어버린 사이공.
하지만 난 호찌민보다는 ‘사이공’이란 이름이 좋다.
사이공사이공 하고 발음하면,
그야말로 은쟁반에 옥구슬이 굴러가는 느낌이다.
늘 그렇듯 아무런 대책 없이, 늦은 밤 사이공에 도착한 나는
비행기 옆 자리에 앉았던, 무슨 밀수 비슷한 것을 한다는 사람을 따라
그가 묵는다는 호텔로 향했다.
지나친 소음에 눈을 떴다.
잠결에 순간 ‘여기가 어디지, 왜 이렇게 시끄럽지’
하는 생각을 했던 듯하다.
창문을 여니, 이 호텔은 길 한가운데에 있었고
창밖으로 보이는 그 풍경은 그야말로 인해(人海)였다.
자동차와 오토바이와 자전거, 그리고 사람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그 소리를 넘어선 소음의 덩어리들.
밖으로 나오니 찻길을 건너야 한다는,
베트남 여행의 첫 과업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신호도 없고 자동차와 오토바이와 자전거는 서로의 사이를
30센티 이상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았다.
머뭇머뭇 포기 직전까지 간 나에게
그 밀수를 한다는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눈을 뜨면 못 건너요
눈을 감고 건너요…"라고.
난 착한 애 마냥 시키는 대로 눈을 감고
길을 건너기 시작했고, 어느덧 건너편에 도달해 있었다.
다음날, 혼자가 된 다음에도 난 늘 이런 식으로 길을 건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