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 아름다운 강 위의 슬픈 역사

캄보디아의 빛과 그늘에서

by 치세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은 메콩강을 따라 형성된, 강의 도시이다.

흐르는 메콩강은 평화롭고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보다 더 강한 가난이

이 도시의 모든 아름다움을 가리고 있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흔적이 남아

바게트를 먹는다는 것조차 왠지 슬퍼지는 곳.


난 이곳에서 배낭여행자들이 많이 모인다는

레이크사이드(lake side)에 머물렀다.

레이크사이드에는 좁고 더러운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하지만 위험하고 불결해 보이는 그 미로에는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환전소, 마사지숍, 런더리 서비스, 담배가게까지,

모든 것이 친절하고 안전하게 갖추어져 있었다.


난 이곳이 좋아,

레이크사이드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일주일을 머물렀다.

내가 머물던 그곳은

호수 위에 나무로 지어진 집들이었다.

운치 있고 멋지지만,

사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불법건물들.


12월의 어느 일주일,

매일 5시 30분이 되면

이곳에 있는 여행자도 직원들도, 기르는 고양이까지도

일몰이 가장 아름다운 전망의 장소로 모인다.

호수로 지는 선셋의 풍경에 마음을 뺏겨서인지

나란히 앉아 바라보던 남녀의 머리가 서로의 어깨에 닿기도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아름다웠던 선셋의 여운보다

이곳에서 하루에 15시간을 일한다는

캄보디아 청년이 더 기억에 남는다.

그 청년의 부모는 킬링필드에서

두 분 다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책에서 영화에서, 흐르는 이야기 속에서만 들었던

킬링필드의 그 아픈 역사는,

이 슬픈 땅에서는

살아 있는 존재로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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