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누렁이와 장작불
남원은 봄이었다.
꽃이 졌고, 흙은 촉촉했다.
소녀의 집 앞에는 누렁이가 짖고 있었고, 그 옆엔 장작을 태우는 냄새가 났다.
임시보호자는 구릿빛 피부에 단단한 눈빛을 가진 여자였다.
고아원 출신이라는 그녀는, 소녀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아이를 진심으로 대하고 있었다.
“얘가요, 과일이 달지 않다고 투덜대요.
제가 운동을 좀 해야겠다나요.”
소녀는 보호자에게 ‘이모’라고 불렀고, 그 눈빛 속엔 의지와 신뢰가 가득했다.
그리고, 소녀는 마침내 말했다.
어릴 적 있었던 일에 대해, 자신이 아팠던 기억에 대해,
세상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것을 이제는 말할 수 있다고.
소녀는 조심스럽게 나를 바라봤다.
그 눈빛엔 어린 시절에 갇힌 누군가가 있었다. 도망친 아이가 아니라,
갇혀버린 아이.
나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눈을 맞췄다.
그 말없는 시간이, 수많은 질문보다 더 큰 질문이었다.
소녀는 밥을 먹고, 창밖을 보며,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