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의 공식 첫눈 온 날
서울에 짧게 첫눈이 왔던 날.
이른 출근길에만 잠시 찾아왔다 흔적 없이 사라졌던 눈발을 볼 수 있었으니 고단한 출근길을 서둘러 재촉했던 수고로운 날들에 대한 고마운 위로가 되었다. 그날의 기록은 휴대폰 메모장에서 발견할 수 있었는데, 바쁜 일상에 미처 글이 되지 못한 보석 같은 메모들을 조각보처럼 이어가는 글쓰기가 되었다.
이른 출근길에 첫눈을 맞으며 집을 나섰는데 직장에 도착하니 간 밤의 꿈처럼 눈은 흔적도 없이 말라버렸다. 그날 뉴스에선 서울의 공식적인 첫눈이 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에서 관측되었다고 했다.
“작가님이 사라졌다고” 브런치 A.I. 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하고 살았는지 상상도 못 했을 만큼 내겐 짧게만 느껴졌던 가을과 겨울이었는데. 늘 쫓기듯 살아가는 도시의 삶이라 그런지 하루는 고단하게 길고 일주일은 아쉽게 짧다. 단 하루도 수월하지 않았던 팬데믹의 일상은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고.
한강이 시작되는 곳에 살고 한강 인근에 일터가 있어 매일 도심을 가로질러 출퇴근을 한다. 집 앞 산책로엔 이 물길을 따라 8km를 가면 한강이 나온다고 쓰여 있었는데, 도착지는 같을지 모르나 출퇴근길은 수치상 이 물길보다 조금 더 멀고 체감상 훨씬 더 고되고 험난하다.
대부분의 재택근무가 종료된 “리빙 위드 코로나 Living with covid-19”의 출근길에서 온전하게 일상 회복된 건 오직 교통체증뿐인 것 같다. 일하고 노동하는 일상만이 회복되었을 뿐 기록적인 재난 속에 마음은 더 작아진다. 팬데믹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도심을 매일 지나다 보니 따로 뉴스를 보지 않아도 어쩌면 뉴스보다 빠르게 오늘 자 서울의 소식을 알게 되기도 한다. 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의 공식 기록이 나오기 전에 첫눈 내리는 북악산의 관객이 되었고. 전 대통령의 국가장을 보았던 광장엔 임시선별진료소의 길고 긴 줄이 날마다 이어지고. 이 계절의 상징 같은 시청 앞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이는 것을 이제 본다. 뉴스에서 팬데믹 시국에 하는 도심 집회를 비판했던 그날의 기록 속엔, 출퇴근길에 보았던 건 이상하게 시위대 인파는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너무 많다 싶은 경찰 차벽 때문에 세종대로가 최악으로 막혔다는 기억들.
방탄소년단의 숭례문 공연이 있었던 걸 상상조차 못 했던 그날도 무심하게 세종대로를 지나 출근을 하고 퇴근을 했을 텐데. 매일 지나는 그곳에 방탄이 다녀갔다는 걸 알고 놀라워한 사람들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세종대로를 따라 숭례문을 지나가면 문의 앞쪽과 뒤쪽을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는데 방탄 소년들이 노래하는 뒤로 서울의 풍경을 보며 여기가 문의 이쪽 면이니 그들이 이 교차로쯤, 저 신호등쯤에 서 있었겠지 가늠해보는 출퇴근길의 추억을 방탄이 선물해 주었다. 그렇게 Life goes on.
인생에서 절대적인 선택이란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난 일들은 늘 아쉽고 다가오는 일들은 늘 어렵다. 인생을 결정론적으로 보지 않기에 때마다의 선택도 중요하긴 하겠지만 헤쳐나가는 과정이 훨씬 더 가치 있다 생각한다.
요즘 TV엔 솔루션에 탁월한 분들이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야옹신, 개통령의 육아 버전으로 생각되는 육아 솔루션 프로그램들이 반복해서 소비되는 것 같고 요즘엔 어떤 기사를 읽어도 업계 최고라는 “그분”이 했던 말과 솔루션이 화제다. 잘 팔리는 것을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 매체의 생존 방식이긴 하겠지만 제주도에 가면 비슷비슷한 고기국수집들이 줄지어 모여있는 것처럼 편리하지만 아쉽다고 느꼈다.
최근에 화제가 되었던 워킹맘 선대위원장 논란을 보며 모든 이슈를 다 떠나 우리 사회가 “워킹맘”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소비하고 사용하고 오해하는지 복잡한 마음이 되었다.
일하는 여성인데 아이 엄마니까 워킹맘으로서 괄목할만한 성취를 이루었다고 주목받는 사회가 반갑지만은 않다. 대부분의 자녀를 둔 남성들의 사회적 성취를 같은 잣대로 평가하진 않는다. 일하는 여성이 아이 엄마라고 꼭 워킹맘으로만 보는 것도 편하지가 않다. 사실 일터엔 일만 하는 엄마들도 적지 않던데. 주양육자의 역할을 다른 양육자에게 맡기고 일에 더 집중하며 살아가는 엄마들도 많다.
워킹맘 working mom의 사전적 정의를 보자.
양육이 필요한 자녀를 둔 사회 활동을 하는 여성. 대부분 육아를 병행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어려움을 겪는다고 알려져 있다(다음백과).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양육하는 여성(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육아와 직장생활을 동시에 해 나가는 여성(천재상식백과 읽을거리)
@출처: Daum백과
Working mom
일하는 엄마, 직장 여성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신어사전)
@출처: naver 영어사전
이 세계에선 조부모 찬스가 가능한 경우에 금수저가 되고, 육아독립군도 존재하는 본질적으로 계층적인 사회가 워킹맘 사회이다. 성숙한 사회라면 워킹맘이라는 이슈를 성공주의로 포장하진 않을 것이다. 일과 육아와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다 갖춘 여성의 사례를 워킹맘이라는 타이틀로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접근인지. 거의 신화적으로 보이는 워킹맘 사례를 잠시 보면서 든 생각. 요약하면 일하고 공부하고 아이 돌보는 일을 삼위일체로 해낸 경우에 현실적으로 개별적인 서사는 매우 다른 컬러를 띨 수 있다는 점. 나도 거기에 속하는 한 부류이긴 하지만 매우 이질적으로 느껴진다는 점. 내 경우엔 결혼과 육아를 시간 순서상 마지막에 배치했기에 그나마 가능했던 것 같고 세 가지 모두 잘하지 못했다는 점. 개인의 역량이나 노력의 문제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주양육자로 살면서 동시에 풀타임 노동자로 살아가는 삶(이론적으로 가능하고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으나)이 여성과 가족의 삶에서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미시적으로 탐색하려는 노력이 없다. 단편적인 이해와 구호는 이용만 당하기 쉬운 법.
선거가 다가오니 없던 주 4일제 논의도 활발해졌다. 전혀 주 4일제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 같은 직종과 지위에 있는 그들이 판매하려는 노동 상품이 견고해 보이지가 않는다. 나는 그것이 너무도 절실한 노동자이지만 이 형편없는 판매자들에게 소중한 한 표를 주고 그것을 사고 싶지가 않은 유권자이다. 차라리 일하고 아이 키우느라 너절해진 내 삶을 보여주고 남편에게 도움을 구걸하는 편이 낫겠다.
일도 육아도 다 말아먹은 워킹맘에겐 언젠가 주 4일제가 될지도 모르니 이 직장에서 무한 견디는 묘수밖엔 남은 방법이 없는지도.
흔한 워킹맘들은 82년생 지영이의 주변 인물들처럼 살아간다. 그 속엔 김지영만 있는 것이 아니라 김 팀장, 남편인 대현 회사의 여직원, 지영이 회사 친구, 어린이집 엄마들, 지영이 언니, 엄마, 할머니, 지영이를 비웃던 카페 여자손님까지 다양한 여성들의 삶이 있고 그 삶들이 교차한다는 점이다. 빙의라는 다소 극적이고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을 통해 이야기했지만 그녀들의 일상적인 작은 서사들에 공감해나가는 동안 우리가 비슷한 고민의 지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생의 모양새는 다 다르지만, 인간의 본질을 진정성으로 발견해나가는 것이 문학작품이 주는 인생의 진실인 것. 끊일 듯 이어가는 글쓰기의 작지만 큰 동력이기 때문이다.
참고 자료
https://news.v.daum.net/v/20211128143024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