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사푸디카-부끄럼풀)
어렸을 적, 화원을 운영하시던 고모댁에서 신기한 화분을 발견했다.
이름은 미모사 푸디카(일명 부끄럼풀).
손이 닿으면 잎사귀들이 오므라드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작은 잎은 깃털처럼 갈라져 있었고, 핑크색 동글동글한 꽃도 매력적이었다.
작은 잎사귀들이 수분을 잃어가면서도 스스로를 지키는 모습은 참으로 훌륭한 식물의 생존 방식이었다.
얼마 전, 한 학생이 숨 쉬기가 힘들다며 집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나는 걱정이 되어 “많이 힘드니? 무슨 일이야?” 하며 서둘러 가방을 챙겨 집으로 보냈다.
그러고 자리로 돌아오는데, 한 아이가 다가와 살며시 속삭였다.
“선생님, 쟤는요 오늘 ‘기절놀이’ 해서 그런 거예요.”
“기절놀이? 그게 뭐야?” 묻자,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자기 스스로 죽는 행동을 하는 거예요. 아까 학교에서도 자기 목을 두 손으로 조르면서 기절놀이 한다고 했어요. 하하.” 웃으며 말하는 아이를 보며 나는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후 다시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거야?”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더 놀라웠다.
“애들은 집에 가고 싶어서 일부러 그래요.”
아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아무렇지 않게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멍하니 서서 ‘어떻게 기절이 놀이가 될 수 있지?’라는 생각만 되풀이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내가 나이를 먹어서 이런 걸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하는 현실 부정까지 떠올랐다.
퇴근 후 차분히 오늘 있었던 일을 생각해 보았다.
지금의 아이들은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더 풍요롭고, 더 편리한 환경 속에서 오히려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아프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때로는 힘들어서, 자기 감정을 조절이 어려워서
자기손목을 칼로 그으면서까지..자기와의 감정과 싸우고 있다.
옳고 그름의 감각이 무너진 현실 속에서 아이들은 상처투성이로 성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겉만 똑똑해 보일 뿐 속은 텅 빈 아이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러 의문들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정답이 아니지만, 그 모든 열쇠는 결국 어른들이 쥐고 있는 건 아닐까?
작은 잎사귀조차도 자극으로 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사랑하려 애쓰는데,
지금의 아이들은 자기 자신을 지키고 사랑하는 법조차 모른다면 그것은 분명 어른들의 잘못일 것이다.
나 또한 어른으로서 ‘미안하다’는 마음을 품게 된다.
하지만 그 미안함은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반듯한 어른의 모습으로 보답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내 자녀를 키우며 옳고 그름을 일깨워 주려 노력하지만, 때로는 말도 안 되는 타협을 할 때도 있다.
그럴수록 더 단단히 마음을 다져야 할 것 같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길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다짐과 함께.
미모사푸디카가 자극에 잎을 닫았다가 다시 열어 햇빛을 받아들이듯,
아이들 또한 상처받을 때 마음을 닫는다.
어른들은 그 닫힘을 기다려 주고,
다시 열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과 안전한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
그러다 보면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지키는 것을 배우며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또한 그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