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같은 아버지

곁에 있지만 안을 수 없는 나의모순

by 글라라


아버지의 삶은 어떠했을까.
서른에 결혼해 큰딸과 작은딸을 낳고,
방랑하던 삶을 붙잡아 준 첫 부인과 함께 이제는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다짐하며 사우디로 일하러 떠났던 아버지.


하지만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부인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황망한 마음으로 급히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여덟 살, 일곱 살 두 딸만 남겨 두고 앞으로의 시간을 살아가야 했던,
그 두려움의 시간은 얼마나 막막했을까.


그 후 몇 해가 지나 다시 새로운 인연을 만나 재혼을 하고,
두 딸을 사랑으로 보살펴 준 고마운 아내.
하지만 이제 살만하다 싶을 즈음 또다시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결국 홀로 살아가고 있는 아버지.


아버지와 나의 관계는 애증일까.
술을 너무 좋아하는 아버지가 미울 때가 많다가도,
혼자 있는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최근에는 좋아하던 술도 제대로 마시지 못할 만큼 몸이 아프셨고,
병원에 다녀오신 후엔 식사조차 제대로 못 하고 계셨다.
더운 여름, 건강을 챙기겠다고 무리해서 운동한 것이 도리어 몸을 해치고 만 것이다.
나는 여느 날처럼 잔소리를 쏟아낸다.
“술 좀 적당히 드시라고 했지!”
“날도 더운데 운동하지 말고 집에 계시라고 했잖아!” 하면서 타박을 늘어 놓았다.

그 타박속에는 나의 걱정과 속상함이 함께 묻어 나오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전복죽을 소분해 건네며 말다.
“데울 때 물 조금 넣고, 참기름만 살짝 넣어서 드셔.” 하며 전복죽을 냉장고에 넣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어쩐지 그 길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어릴 적 늘 무섭게만 보였던 아버지는 이제 여든을 바라보며,
딸들의 잔소리 속에서, 손녀들의 성장을 바라보는 기쁨 하나로 살아가고 계신다.
선인장 같은 아버지.
뾰족한 가시 때문에 다가가기 어려운,
하지만 그 가시로 우리를 지켜 주고 세상의 해로움으로부터 막아 주셨던 아버지.


많이 아프지 않고,

잠자듯 편안히,

천천히,

아주 늦게,
엄마들 곁으로 가셨으면 하는...

나도 모르게 아버지의 죽음을 기도하는 마음이 생긴 어느 여름 밤.
이런 생각이 불효일지 몰라도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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