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매와 닮은 너희들

지켜주리라 생각만 하는 모순

by 글라라

나에게는 세 딸을 떠올리며 키우는 꽃 화분이 있다.

제라늄 ― 마필드 로즈, 호라이즌 뉴스타, 화이트 링. 이름도 참 예쁜 세 자매꽃들이다.

마필드 로즈는 연한 분홍빛 꽃이 피는데, 찐하지 않고 은은한 색이다.

어렸을 적 큰딸이 좋아하던 색과 닮아 있다.


호라이즌 뉴스타는 다홍빛을 띠는 빨강, 혹은 짙은 분홍빛의 꽃이 핀다.

열정적으로 살아가려는 둘째 딸의 기운을 떠올리게 한다.


화이트 링은 이름처럼 순백의 꽃이 피어난다.

어두운 분위기를 언제나 금세 밝게 만들어 주는 막내딸의 재치와 닮아 있다.


그래서 이 화분은 큰 화분 안에 작은 화분들을 함께 담아 마치 하나처럼 키우고 있다.

이 화분들의 향기는 저마다 달라, 성격이 다른 나의 세 딸과도 꼭 같다.


그런데 요즘 이 예쁜이들이 많이 힘들어한다.

줄기에는 잎사귀가 많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았고, 몇 안 되는 잎사귀들이 겨우 달려 있다.

그 모습은 꼭 나의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과도 닮아 있다.


큰딸은 대학교를 다니며 편입을 반복하며 자신의 전공을 찾는 중이고,

둘째는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또 한 번의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막내는 사춘기라는 과정을 겪으며 자신을 찾아가는 중이다.


이 아이들이 다시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준비하는 것처럼,

나의 세 화분도 언젠가 다시 꽃을 피우기 위해 힘을 모으는 중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 화분들을 자주 들여다보고, 말을 걸어주고, 어루만져준다.

그러다 보면 무더운 여름을 견디고, 추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이 오면

다양한 색깔의 꽃들이 다시 피어나지 않을까?


언젠가는 화분 갈이를 해주며 하나씩 독립시킬 날도 올 것이다.

그것은 마치 언젠가 나의 세 딸을 하나의 인격체로 독립시켜 주는 것과 닮아 있다.


나의 세 자매꽃들도, 나의 세 딸들도 그렇게 성장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매해 봄마다 예쁘게 꽃을 피워주던 화분이기에,

올해는 내년을 기다리게 하는 새로운 이유가 생겼다.

내년을 설레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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