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리지

사랑하면서 때론 거리두기를 하고픈..나의 모순

by 글라라

토요일인 오늘도 출근하는 나의 남편을 보면서 여러 감정이 느끼게 하는 아침이다.
나보다 두 살 어린 남편과는 2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했다.
20대, 30대, 40대를 거쳐 50대를 함께 준비하는, 인생의 공유자.
연애 시절, 누구나 그렇듯 눈에는 콩깍지가 단단히 씌어있었다.

햄버거를 먹을 때 포장지를 먼저 걷어 주는 자상함에 반해 남편의 단점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언젠가 책에서 '사람의 단점을 보지 못하게 하려고 콩깍지를 만드셨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콩을 털어내고 남은 껍질을 의미하는 '콩깍지'가 정말로 우리의 눈을 가려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었을까?

남편은 시골 출신이라 어려서부터 논, 밭 일을 해온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연애 때는 들꽃이나, 나무 이름을 알려주고 키우는 법을 이야기해주곤 했다.
데이트를 하다가 ‘연리지’라는 나무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해주곤 했다.
"우리를 꼭 닮지 않았어? 연리지.
하나의 뿌리에서 나무 기둥이 두 개로 나눠져서 자라는 거래.
그래서 부부의 인연을 의미하는 나무이기도 하대."
그때 나는
"연리지도 붉은 실이 연결되어 있나 보다.
인연이 깊은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는 붉은 실로 두 사람의 손목이 연결되어 있다고 하거든..."
하고 대답했었던 그 시절.

그렇게 풋풋했던 20대의 남자에게 빠져서,

어~, 어~, 어~ 하다가 결혼을 했고, 다시 어~, 어~, 어~ 하다가 딸 셋을 둔 부부가 되었다.

이제는 (콩깍지가 벗겨지려고 그러는 지) 얄미운 남편이 되었지만...
결혼 초기에 낚시를 가는 것이 너무 싫어 자주 다툼이 있던 그때보다,

이제는 남편이 낚시를 가면 그나마 숨이 쉬어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

남편의 잔소리를 들을 때마다 입을 때려주고 싶어 나도 모르게 올라가는 손을 살며시 내리며,

그럴 때마다 깊은 숨을 들이 마시곤 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이 남자를 사랑한다.
이 사람이 내 옆에 없다면, 생각조차 하기 싫은 슬픔에 빠질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쩌면 우리도 그 연리지처럼, 뿌리는 하나이지만 각자의 햇살을 받으며 살아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각자의 햇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씩 스며드는 것이 아닐까...
보이지 않는 붉은 실로 연결된 채,

때로는 서로에게 얄밉게도 하지만 한 이불을 덮고,

등짝을 때리고 싶은 마음을 참아가며,

조용히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그렇게 우리의 인연은 연리지 나무처럼 깊어져 가고 있지 않을까하는

여러 생각에 오늘을 시작하려 한다. 또 하나의 모순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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