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늦은 새벽까지 잠 못 드는 그대에게

불면증은 어쩌면 우리의 걱정덩어리일지도 몰라

by 푸르른 시월

나도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잠에 드는 걸 어려워했어.

정말 눈을 감고 있어도 2시간이 지나가고 그 시간들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울기도 많이 울었어.

중요한 일정을 앞뒀을 때는 어떻고..

좋은 컨디션으로 발표도 하고, 시험도 보고.. 좋은 결과를 얻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 적이 너무 많았어.

그러다 보니까 잠들지 못하는 밤들이 공포가 되더라.


오늘도 잠에 못 드는 건 아닐까?

잠에 들었다가 또 깨어버리면 어떡하지?

중요한 일정을 앞두곤 또 잠을 못 자서 결국 내가 다 망쳐버릴 거야..

나는 왜 잠도 제대로 못 자는 걸까..


결국엔 내가 잠에 취해야 하는데

내 잠이 걱정에 취해버린 거지.

아마 불면증을 갖고 있는 모든 이들이 그럴 거라 생각해.

밤은 희망고문을 하며 우리를 말려 죽이는 고통의 시간.


몸이 피곤하면 잠이 온다 해서 운동도 해보고

정말 눈이 내려앉아와서 침대에 냅다 누운 적도 있지만

씨알도 안 먹히더라고.

그런 조언을 하는 사람은 분명히 불면증이 얼마나 힘든 지 모르는 사람일 거야! 라며

보이지도 않는 사람을 미워하길 수십 번

나는 결국 나의 정답을 찾아냈어.


잠이 오지 않는 밤 잠에 관련된 책을 읽으며 한 가지 가설을 깨달았지.

어쩌면 불면증은 잠을 자지 못할 거라는 내 환상이 만들어 낸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걸 말이야.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육체적, 정신적 피로도와 관계없이

오로지 내가 오늘도 잠을 자지 못할까 봐 걱정하느라 불면증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하더라.


한 번 잠이 깨면 다시 잠들기 힘들어서 잠에서 깨면 화를 내고,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울면서 한탄하던 나에게는 충격적인 말이 아닐 수가 없었어.

그날 이후로 나는 잠이 오지 않는 밤을 이용하기 시작했어.


잠이 안 오는 새벽에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거나,

무드등 하나를 켜놓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썼어.

잠을 자다 깨어버려 다시 잠들지 못할 것 같다고 느낄 때는

오히려 새벽을 맞이할 수 있어서 좋다는 생각으로 따듯한 물 한잔을 마시는 여유를 챙겼어.

그랬더니 정말 놀랍게도 잠이 오더라.

더는 밤이 나의 고통이 시간이 아니게 되니

정말 놀라우리만큼 쉽게 잠에 들 수 있게 됐어.


그러니 불면증을 가지고 있는 그대야,

더 이상 잠들지 못하는 새벽을 두려워하지 마.

그냥 우리에게 주어진 새벽이라는 시간을 누구보다 애틋하고도 태연하게

그냥 그런 시간을 보내면서 흘려보내 버리자.

그런 시간들이 쌓이다 보면 잠에 대한 걱정이 달아나

너를 포근한 밤의 시간으로 인도해 주겠지.


나는 아직도 종종 잠에 들지 못하고 이렇게 노트북을 켜

타자를 토독토독 두들이지만

더 이상 이 밤이 고통스럽지는 않아.


그런 나의 밤을 너에게로 보낼 테니

너 역시 아프지 않은

포근하고 달큼하기만 한 밤을 보낼 수 있기를.


잘 자요, 그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ep. 너에게 하고픈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