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당신이 좋아하는 색은 무엇인가요?

취향이라는 알다가도 모를 것.

by 푸르른 시월

제 가방에는 보라색이 참 많습니다

최근에 만든 다이어리 커버도 연보라색이고,

보조배터리 케이스도 연보라색이에요.

가방에 달고 다니는 자근 키링도 연보라색으로

제 소지품은 눈을 돌릴 때마다 연보라색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는 좋아하는 색을 23살이 되어서야 깨달았거든요.

저는 취향이랄 것이 참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취향을 찾아가는 중에 있어요.

지금도 무엇을 좋아한다,라는 저의 뚜렷한 취향의 색을 말하긴 힘이 듭니다.


좋아하는 걸 알아차리기 이전에 늘 배려하고 눈치를 보던 저는

내가 이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이 마치 남의 기회를 빼앗는 것만 같은

이상한 부채감에 쉬이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들곤 해요.

정말 좋아하는 게 아니니 더 좋아하는 사람에게 양보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요.


그러다 문득 아쉽더라구요.

취향이 없다는 건 남에게 무던하게 잘 맞춰줄 수 있다는 소리지만

취향이 있는 사람보다 일상이 아주 무료하게 흘러가 버리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 장르가 무엇인지,

좋아하는 노래 장르는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색은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의 공통점이 있는지.

그 질문에 대답을 하고 싶었습니다.

저를 더 잘 알고 싶어졌으니까요.


저희 어머니 역시 그러십니다

좋아하는 음식을 사드리려 해도 좋아하는 음식은 없으니 적당한 음식을 먹자고 하시고,

좋아하는 옷을 사드리려 해도 가격부터 보시죠.

좋아하는 과자, 좋아하는 향수, 좋아하는 영화..

무엇이든 채워드리고 싶은데 어머니의 마음을 자신도 모르시니 채워드리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더군요.

그러니 모든 사람들이 취향들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을 위해서도, 당신을 애정하는 타인을 위해서도.

채워지고 채움 받는 것들이 당연해지면 좋겠어요.


당신은 어떤 색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가감없이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라일락향이 날 것만 같은 연보라색을 좋아해요.


가방 속 물건을 찾다 좋아하는 색이 가득한 것을 보곤 웃으며 글을 쓰는 월요일 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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