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밀리터리맘 Jan 25. 2021

상어가 바다의 강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

(결핍은 간절함의 친구이자 열정의 씨앗)

하루 24시간 중 20시간 남짓한 시간을 일을 하며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지만 결국 나를 위한 시간은 없었다. 대한민국 여성이 가정을 꾸리고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 동시에 남들과 다른 특별한 개인을 살고자 하면 죽을 고비를 넘기거나 죽을 만큼 힘든 고통을 겪어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40대 중반.. 누군가의 아내로, 며느리로, 딸로, 세 자녀의 엄마로, 직장인으로 매일을 전쟁같이 바쁘게 살아왔다. 하루 24시간 중 20시간 남짓을 일터에서 2시간은 자녀들 케어(숙제한 것 살피고, 자고 있는 자녀에게 쪽지를 써서 메모를 남기고, 준비물을 사러 새벽에 편의점을 전전하고... 등).. 이후 남은 한두 시간 잠을 자거나 애들이 아플 때면 꼬박 새워가며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다..


'엄마로서 직장인으로서 성공이 내 인생을 사는 것이라는 착각'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나 자신을 신념화시켜 가면서... 이렇다 할 타고난 재능도, 물려받은 재산도 없는 내가 특별해지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몇 배로 열심히 사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상어는 부레가 없어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고 살기 위해 열심히 헤엄치고 다닐 수밖에 없어 결국 바다의 강자가 되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은 몰라는 나는 이 말에 엄청난 위로를 받았다. 흙수저인 바로 내가 상어가 되려면…. 결핍과 부족함을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생각으로 쉬지 않고 헤엄치듯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어김없이 예기치 않은 여러 가지 일들이 나에게 일어났고 좌절에 좌절을 맛보았다. 한량한 성격의 남편은 나를 믿고 고생 없이 일확천금을 벌겠다며 빚만 잔뜩 지게 했고, 직장에서는 갖가지 괴소문에 시달리며 온갖 시기 질투를 받게 되고 승진에서 패배자가 되기도 하고...


모든 것이 헛되이 느껴졌다. 가정과 직장으로부터 모두 배신을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나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지금껏 나는 무얼 하고 살았을까 하는 생각과 허탈감에 무기력함과 피곤함이 나를 가득 채웠다. 나는 엄마이자 직장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먼 훗날 아이들이 나의 노고를 인정하지 않거나, 직장에서 승진에 실패하게 되면 과연 내게 남는 건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러려고 과로로 기절을 하고 폐결핵에 걸려 독한 약을 몇 개월 먹어야 했던가. 과연 나는 무얼 위해 그렇게 앞만 보고 살았을까 싶었다.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여러 가지 고통이 한꺼번에 몰려왔고.. 우울감으로 나 자신이 지구 끝까지 묻혀가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힘든 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지는 듯했다. 억지로 책을 읽고, 긍정적인 생각을 불어넣으려 강의도 많이 들었다. 그리고 한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도 보았다. 그래도 별반 달라지는 게 없다고 느끼던 어느 날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물론 시작은 세상을 향한 온갖 원망의 글들이었다. 멍청하리만큼 무던하게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온 나를 자책하기를 반복하던 중 생각이 정리되는 신비로움을 알았다. 


그렇게 시작된 글쓰기로 힘든 순간을 극복하고 희망을 씨앗을 다시 뿌렸다. 무모하게도 나의 보잘것없는 인생을 책에 담아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시작한 자서전을 완성하였다.. 그 어려운 것을 더듬더듬해나가면서 꼭 나의 인생 스토리를 해피엔딩으로 만들겠다는 간절함과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엄마로서 직장인으로서 앞만 보며 달려가다 넘어지지 말고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나를 돌아보기를 바란다. 누구의 엄마, 직장에서 누구누구가 아닌 내가 누구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언제 휴식을 취해야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그렇게 나를 함께 살아야 1인 다역을 거뜬히 해 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지금의 내가 글쓰기로 위로를 받았 듯이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나만의 힐링 포인트를 찾고, 적당한 순간에 나를 치유하면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기를 바란다. 그렇게 하지 못해 인생의 벼랑 끝까지 가 본 나의 진심 어린 조언이자 부탁이다. 과연 상어는 부레 없이 바다의 강자가 되기 위한 수고로움 속에서 무엇으로 힘을 얻고 위로를 받았을지 묻고 싶어진다. 




















이전 14화 콤플렉스를 재능으로 만들줄 알아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