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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리터리맘 Jan 25. 2021

자녀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

(자녀교육의 지름길은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결혼생활 10년,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 동안 나는 성인이 되어 만난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자평하기 부끄럽지만 부모님을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이 남다른 나였기에 누가 뭐래도 잘 살아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성장환경과 생활습관이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사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결혼이라는 것이 단순히 두 사람이 결합하는 의미보다 이상인 이유가 이 때문이리라. 


하지만 부모와 자식이 동등한 입장은 아니지 않은가. 당연히 맞설 수 없는 관계이다. 게다가 나는 부모님과 의견이 맞서면 무조건 자식이 양보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나처럼 30~40년만 살아도 고집이란 게 있는데, 50~60년 이상 살면서 생긴 삶의 방식을 어떻게 바꾸실 수가 있겠는가. 내가 달리 생각하고 내가 변하면 모두가 편하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나의 이런 노력도 부모님 기대에 못 미치겠지만 나름대로 원칙을 가지고 맞추어 가며 살았다. 


나의 직장생활로 인해 양육의 도움을 받기 위해 3대가 한 집에 모여 살게 된 것이다. 대가족 생활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를 일인 것이 생활비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든다. 단순히 사람 한 둘이 늘어난 것과 차원이 달랐다. 그래도 자녀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한 지붕 아래 모여 살기로 결심을 한 것이다. 주변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지만 10년을 버텨내었다. 


무엇보다 3대가 한 집안에 사는 것이 쉽지 않은데 함께 살면서 자식에게 부모와 자식 간의 도리를 가르치고 싶었다. 교육이라는 것이 말로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모두 다 알 것이다. 부모님께 순종하고 효도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면 따라서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10여 년을 사는 동안 단 한 번도 부모님께 맞서지 않았다. 내가 부모님들과 의견 충돌을 하고 심지어 불손한 태도를 보이면서 어찌 내 자식에게 말 잘 들을 것을 요구하고 바라겠는가?


평소 허리가 안 좋으신 어머님이 아프시다며 3일을 몸 져 누운 적이 있었다. 누워서 꼼짝을 못 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휴가를 내어야 했다. 그리고는 매끼 부드러운 음식을 해서 드시게 하고, 저녁이면 대야에 물을 받아 수건으로 얼굴과 몸을 닦아드렸다. 아무리 억지스러운 소리를 하시더라도 자녀들 앞에서 대꾸하거나 맞서지 않았다. 그렇다고 나의 억울함을 자식들에게 험담하며 풀어내지도 않았다


그렇게 10년의 시부모님과의 동거를 끝내고 친정 엄마가 자녀 양육을 맡게 되어 함께 살게 되었다. 유난히 몸이 약하시고 치아도 성하지 않으셔서 식사도 잘하지 못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한약에서부터 온갖 좋은 것은 다 해서 드리고, 한참 동안 퇴근 후 샤워를 시켜드려야 했다. 


일을 하면서 엄마와 자녀를 함께 보살피는 것이 말 그대로 나의 능력을 초과하는 수준이었지만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기에 버텼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이 나에게 “엄마, 혹시 나중에 엄마가 할머니처럼 아프시면 내가 엄마 씻겨드릴게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하염없는 눈물이 흘렀다. 그동안 10여 년 넘게 함께 살면서 감내해 온 고통을 일순간에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서 두 가지 역할을 모두 하고 살아간다. 누군가의 자식이 되어 부모의 희생으로 성장하고반대로 가정을 이루면 부모가 되어 자식들을 위해 희생을 한다. 물론 이런 환경 속에서 살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부모이든 자식이든 사랑과 배려를 받지도 주지도 못하고 사는 사람도 있지만.. 


자식으로서의 삶은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부모로서의 삶은 내 의지대로 할 수가 있다. 어떤 환경에서 성장을 했던지 간에 나는 내 의지만 있으면 평범하고 정상적인 가정을 이루고 모범적인 부모가 될 수 있다. 내가 받지 못한 것을 억울해할 필요가 없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사람은 배운 대로, 본 대로 살아갈 확률이 높다고 한다. 성장환경에서 체득한 부모님의 생활패턴이 나의 습관이 되고, 같이 먹고 자고 하다 보니 유사한 질병이 대물림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만큼 중요하다. 인성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간다. 물론 가끔 정반대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가 자녀를 대하는 태도 또한 부모의 모습을 투영한다. 


다소 신경질적이고 항상 날카로운 성격의 엄마와 달리 나는 아이들에게 웬만하면 화를 내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항상 혼이 나면서 자라 온 나이지만 나는 엄마의 양육방식을 따라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이런 나의 모습을 볼 때마다 ‘용하다, 신기하다’고 말씀하시곤 한다. 


나는 지금도 부모를 대하는 자식으로서 태도를 몸소 가르치고 있는 중이다. 자녀들에게 원하는 것이 있다면 내가 먼저 해야 한다. 자식들이 내 말을 잘 들어주고 감사하기를 바란다면 내가 먼저 부모님께 순종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대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어야 한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자식이 그렇게 할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효도도 공부도 모두 부모인 내가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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