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과거를 추억으로 만들어야 성장한다)
너무나 다행스러운 것은 시간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간다는 것이고, 더불어 내게 닥쳐온 좋고 나쁜 어떤 상황도 기억의 한편에 어떤 형태로든 저장이 되어 정리가 된다는 것이다. 더 다행스러운 것은 나를 당혹스럽고 힘들게 했던 기억을 추억으로 포장해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를 삼을 것인지, 잊을만하는 되살아나 나를 괴롭히는 악몽 같은 존재로 만들지는 순전히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
언제부터인지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자서전을 쓰겠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사실 위인전, 자서전은 말 그대로 어떤 분야이든 업적을 남기거나 특출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후손들에게 남기는 발자취인데 평범하디 평범한 내가 할 수 있는지, 아니 감히 해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하면서 던져온 말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현실이 되었다. 어떻게 기회가 되었고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을까 생각해보았다. 결국 기회는 나의 간절함이 만든 것이었다. 인생의 큰 굴곡 끝에 매우 희박한 확률로 알게 된 000 교수님을 통해 기회가 온 것이다. 그 분과 내가 만날 확률이 과연 얼마였을까 생각해보니 마른하늘에 번개 맞을 확률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인연을 적게나마 이어가고 있던 중 최근 내게 닥친 어려움이 기폭제가 되었다.
난 군생활뿐 아니라 살면서 나보다 나이가 어리든, 직급이나 계급이 낮건 그것은 사람이 만든 역할의 차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누구에게도 상처 주거나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으로 살아왔고, 심지어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은 과도하다고 느낄 정도로 공감하며 배려하려고 노력했다고 자부해 왔는데, 나를 가장 고민하게 했고 누구보다 정성을 쏟았던 사람이 나에게 서운함을 표현한 것이다. 주변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어 일방적인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조치에 무관하게 인간에 대한 깊은 배신감과 충격에 한 동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창피하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준비하던 자격증 시험도 모두 포기하고 생각하면 고통스러워 멍하니 잠을 설쳐가며 2달남짓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답 없는 고통스러운 생각의 고리를 끊기 위해 독서와 감사일기 쓰기를 다시 시작했다. 크고 작은 경험을 통해 글을 쓴다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번에 느끼는 감정은 여느 때와 같지 않았다. 몇 달 동안 정리되지 않고 순간순간 끓어오르는 분노의 감정으로 가슴이 타들어갈 것 같던 내가 막무가내로 글을 쓰면서 정리와 힐링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모든 게 내 탓이고 이것이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내게 큰 교훈을 주었고 그래서 지금 이렇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이다로...
현실 인정에서 교훈 도출로 이 것이 모범답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런 와중에 000 교수님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고 어려움 속에 찾아온 기회가 내 인생 최고의 빅 퓨처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삶의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힘든 과거는 시간이 지나 극복하고 나면 인생의 밑거름과 추억이 되어 나를 단단하게 한다는 사실, 이것은 진리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악몽이 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사람마다 극복의 방법은 다양하다. 내면 속의 자아와 성장환경, 지금 처해진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글을 쓰다 보면 내가 원하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오늘도 나는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나만의 비밀을 안고 희망차게 하루를 시작하려고 한다.
그런데 너무 괴롭히면서 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그동안 빨리 완벽주의로 살아와 힘들었고 그 속에 오는 실패감의 고통은 배신감과 더불어 몇 배로 커지는 것을 보니 나 스스로 나를 옭아매는 행동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하지 못한 잠도 자고, 아등바등하지 말고 차분히 해보려고 한다. 그러나 한 가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나의 인생에 큰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고, 경제적인 안정과 명성을 안겨주고, 군 생활에도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다는 희망을 꼭 현실로 만들겠다고 다짐을 거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