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자 전화를 예전에 다른 공공도서관에 있을 때 가끔 해본 적 빼고는 아예 내가 업무를 맡게 된 건 처음이었다.
연체자 전화를 할 때 가장 재밌는 점이 있다. 나는 전화를 걸면 항상 고정 멘트로 안녕하세요 ㅇㅇ정보도서관입니다. ㅇㅇㅇ님 맞으신가요?라고 시작한다.
여보세요 라고 받는 사람들도 있지만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라 경계심을 갖고 받고 아무 말도 안 한다.
그럼 고정멘트를 날리면 사람들의 반응은 아!! 어머! 헉! 네네! 그제야 경계심을 풀고 놀라 당황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다음 단계는 온갖 tmi를 듣게 된다. 예전에 우스갯소리로 편의점 같은 데서 봉투 드릴까요? 이럼 그냥 네, 아니요가 아닌 가방이 커서요~ 장바구니 가져왔어요~ 등등 자신만의 tmi를 구구절절한다는 얘기랑 어딘가 일맥 상통한다.
제가 출장을 와서 지방이에요. 제가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주말에 집으로 가요. 언니가 빌렸는데 언니한테 갖다 달라고 할게요. 등등 사실 그냥 연체자 전화 돌리는 업무의 하나일 뿐인 도서관이라는 일터에 일개미 중에 하나인 나로서는 그냥 네 언제까지 반납하겠습니다. 곧 반납하겠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반납하겠습니다.라는 답변을 원한다. 그래야 리스트에 이 사람은 언제 반납할 것이라는 메모를 덧붙이고 리스트를 만들어야 하니까
하지만 구구절절 자기들만의 사연을 들으며 아 그러셨어요? 아 네~ 꼭 빠른 시일 내에 반납해 주세요~~라고 통화를 끊는다.
예전에 연체자 전화 돌리는 첫날 정말 웃긴 에피소드가 있었다. 전화를 걸고 상대방은 역시나 경계심에 전화를 받고 조용히 있다가 갑자기 모시모시? 이러며 알 수 없는 일본어로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당황한 저는 재빨리 도서관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 네; 안녕하세요. 여기는 ㅇㅇ정보도서관입니다.라고 하니 상대방은 어머머머머!!! 어머 죄송해요ㅠㅠ 스팸인 줄 알았어요. 너무 죄송해요. 라며 연신 사과와 머쓱함을 전하며 끊었는데 그때 진짜 전화를 끊고 어찌나 웃었던지..ㅋㅋㅋ
좋은 점도 있었다. 연체자 전화는 항상 하루에 많은 전화를 계속 돌려야 하기 때문에 오전과 낮 업무 시간에는 절대 하지 못하고 업무시간이 끝나고 야간 시간대에 돌린다. 혼자 자료실을 지키며 전화를 돌리게 되는데 당시 코로나가 심했을 시절이라 비대면과 집콕이 활성화되던 시절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닌 사람들과 만난 느낌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을 듣는 마치 라디오 사연을 만난 느낌도 든 적이 있다.
별거 아닌 거 같아도 하루에 몇십 통을 돌리는 건 시간도 꽤 걸리고 물론 몇백 일 장기 연체자들은 안 받는 건 다반사지만 한통 한통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말을 전하고 듣다 보면 다 끝나고 마른 목에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목을 축이게 된다.
그때의 어두운 불 꺼진 자료실 안에 데스크에만 켜진 하얀 불빛 그리고 전화기, 연체자 리스트가 있던 그 고요하지만 소란했던 밤들이 가끔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