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이불 빨래는 자꾸만 뒤로뒤로 미루게 된다.

by 청귤

자주 놀러가던 친구 자취방이 있었다. 아직 기숙사생이었을적 일이다. 남의 집 살림에 참견하면 좋지 않은 걸 알지만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뀌어도 한 번도 바뀐 걸 본 적 없는 이불과 베갯잇에 자꾸만 생각이 떠올라 참을 수 없었다.


"혹시 너는 이불이랑 베갯잇 언제마다 빨아? 난 기숙사 세탁기라 왠지 이불 빨기 찝찝하더라고."

"이불? 베개? 빨아야해?"

"어?"


생각보다 베갯잇과 이불을 주기적으로 세탁해줘야하는 사실을 모르는 학생들이 많았다.

술을 먹고 꽤나 잠들었던 침구였기에 조금 부정하고 싶었다.(매우 고마웠지만)

사람마다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주기는 매우 다르겠지만 범위가 엄청 넓을 것이다.

나는 베갯잇은 아무리 귀찮아도 2-3주에 한 번, 이불을 빨 수 있으면 1-2달에 한 번, 귀찮으면 계절이 바뀔 때 빤다. 여름에는 더더욱 자주 빨고, 이불이 한 개 뿐이라서 겨울에는 몇 번 세탁하지 않는다.

그래도 겨울은 이불이 금방 말라서 좋다.


모두 여름의 습기를 잔뜩 물 먹은 이불을 덮는 촉감을 알까?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난 대개 불쾌하다. 여름의 축축한 공기와 물 먹은 이불이 살에 닿으면 숨 마저 턱 막힌 기분이다.

원룸에는 건조기는 물론 제습기도 없다..!


자취 후 첫 이불 빨래를 도전한 날.

사실 이전에 빨래방에 갔던 적은 있지만 세탁 5천원, 건조기 5천원이라는 가격에 1년에 한 번만 오겠다는 다짐으로 가지 않았다.

세탁기에서 터질까 걱정되어 울 코스로 돌려야할까. 표준으로 돌려도 괜찮을까 고심하다 결국 울코스를 눌렀다. 그렇게 꺼낸 이불은 잔뜩 물을 먹어 들기도 버거운 솜덩이가 되었다.

'아'

이마를 짚고 다시 표준으로 돌려보았다.

그제서야 언젠간 마를 법한 이불이 나왔다.

분명 세탁기에 돌렸는데 괜히 먼지만 더 묻어나온 기분?

생각해보니 집에 건조대가 없었다. 천장에 달린 건조대가 있지만 이 물을 조금 뱉어낸 솜뭉치를 올렸다간 우당탕 무너지고 말 것이다..

건조기를 돌리러 가기엔 시간이 너무 늦었고, 신호등을 건너야만 했다.


결국엔 책상의자와 작은 서랍잡을 이불 길이로 두고 대충 널어 두었다.

지금은 건조대에 잘 널어둔다.


이불 빨래는 큰 마음을 먹어야하는 일이다.

예전처럼 발로 밟아 빠는 것도 아니고 세탁기에 다 해주는데도 이불을 빤다는 것은 집에 오자마자 몸을 뉘이는 평일이 아닌 주말에 해야할 것 같고.

약속이 있거나 일어나기 싫은 주말이면

아- 다음주에 빨까-

지저분한게 크게 티나지 않아 자꾸만 미루게 된다.


우당탕탕 자취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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