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내 눈에 띈 돈벌레는 돈을 바쳐야 할 것이다.

by 청귤

이제 벌레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된다. 살고 있는 집은 1년간 바닥을 기어 다니는 벌레가 전혀 전혀 눈에 띈 적 없다. 축복 받은 집이라 자랑하는 나에게 친구들은 시력이 안좋아서 못보는 것이라고, 분명 같이 살고 있을거라 악담을 건넨다. 스스로도 의문이었다. 1층이자 건물 입구 바로 앞의 방이면 현관을 열고 닫을 때는 물론 건물 틈 이곳저곳에서 기어 들어올 법한데, 바퀴벌레 약 하나 둔적 없이도 벌레를 본 적 없다는 사실. 운이라 해도 기쁘게 받아들였다. 일단 내 눈으로 보지 못했으니!


최근에 있던 일이다. 대전 여행을 마치고, 손에는 성심당 종이 봉투를 가득 들고

드디어 집이다! 외치며 방 문을 열었더니.

샤삭.

소리와 함께 지네도, 바퀴벌레도 아닌, 다리가 매우 많고 몸은 살짝 회갈빛이 도는, 그치만 검지 손가락만한 사이즈의 무언가가 방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쩌지?'


일단 문을 닫고 나온다. 잘못 봤다며 암시를 걸고 그럴리 없다는 불안과 함께 호흡을 가다듬고 물을 연다.


그대로다.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이 벌레가 한 마리일지, 다를 곳들에 새끼를 치거나 함께 들어왔을지 모르기 때문에 얼른 죽여야 한다.

벌레가 나온 적 없는 만큼 살충 스프레이 하나 없기에 화장실에서 빠르게 '발을 씻자'를 들고 나왔다.

'발을 씻자'는 내 발도 씻을 수 있지만 벌레도 씻기다 못해 익사 시킬 수 있다. 벌레에게 뿌리면 놀라서 잽싸게 도망가지도 않고, 거품에서 허우적 거리다가 금방 움직임을 멈춰서 잡기 편리하다. 또 향이 역하지 않고 바닥이 끈적여지지 않아 벌레 잡는 데도 최적이다.


잡기만 하면 된다! 나와보니 벌레는 사라졌다.

잠시의 절망을 뒤로 하고 열심히 찾아다닌다. 바닥에 있던 쿠션을 넘어 의자로 간 듯 했다. 쿠션이 오염되었다는 생각에 견딜 수가 없다.

아니. 사실 대전을 다녀온 이틀간 침대를 넘어 부엌을 넘어 옷장까지 영역을 넓혔을지도 모른다.


집을 버리고 싶었다.


일단 발을 씻자를 뿌려 벌레를 잡았다. 거품 산에 뒤덮혀 사체가 크게 보이지 않는 장점이 있다. 그냥 거품을 휴지로 감싸면 끝이다. 이 한마디가 아닐 거란 생각에 바닥에 앉지 못했고 내 이불을 기어 다녔을지도 몰라 여행에 지친 몸을 뉘일 수도 없었다.

유난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벌레를 끔직히 싫어하는 분들은 공감할 것이다. 이 작은 생각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공포 그 자체다.


저녁을 먹지 않고 돌아와 배가 고팠고 멘탈이 나간 나는

바닥 모서리에 쭈그려 앉아 성심당 빵을 뜯어 먹었다. 부스러기가 다시 벌레를 불러올까 탁자를 끌고와 정말 조심조심 베어 물었다. 맛은 있었다. 성심당 짱


특징을 상기해 찾아본 저 벌레는 돈벌레로 추정된다. 돈벌레가 바퀴벌레를 잡아먹는다는 글도 있고, 돈벌레가 나오면 돈이 들어온다는 미신도 있었다. 제발.. 오늘 산 로또가 나의 천운이 되기 위해 돈벌레를 정가운데서 마주했으리라.


물론 로또는 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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