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더이상 바깥음식을 먹을 순 없어

by 청귤

자취 이전의 나는 사라졌다. 이제 굽기도 하고, 끓이기도 한다!


맞벌이인 부모님 집에서 고등학생 때부터 배달을 워낙 많이 시켜먹고, 중학생 때부터 많은 끼니를 밖에서 해결했던 나는 바깥 음식이 전혀 질리지 않았다. 하루의 끝엔 항상 집 앞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들러 VIP 수준으로 무언가를 사곤했다. 사실 이 습관은 아직 고쳐지지 않은 아주 나쁜 습관이다 과거를 돌아보니 음식을 먹고 싶거나 물건이 필요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외로움과 채워지지 않은 마음의 허기가, 그 허기를 달래려 자꾸 카드를 내밀던 것이었다. 일단 그래도 살이 찌지 않았다! 또한 지금 같이 계란 한 알을 1,200원 주고 먹는 세상이 아니었다. 삼각김밥은 두 개 세트로 1,300원으로 팔았고, 친구랑 850원쯤 하는 컵라면을 나눠 먹으면 좋았다. 습관은 지금까지도 계속되어 매일 밤 편의점으로 발 걸음한다. 이미 편의점 등급은 VIP이다.


20살, 기숙사에 2년간 거주하며 바깥 음식을 차고 넘치게 먹었다. 기숙사생은 모두 알만한 브랜드 컵밥은 종류가 셀 수 없이 많아 질리지도 않는다. 학교 밖 시내는 감사하게도 대학가 특유의 저렴한 물가로 이것 저것 먹어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자취할 때도 부엌을 쓰지 않으리라 예상했고, 밥솥 하나 냄비 하나 두지 않았다. 아니었다. 기숙사와 자취는 다르다. 자취는 돈이 두 배로 든다. 살기 위해서는 집에서 밥을 먹어야 했다.


처음엔 브랜드 컵밥을 먹었다. 이전에도 먹어왔으니까. 참고로 CJ컵밥은 CU편의점에서 4개 이상 구매시 개당 2,500원 행사 할 때다 인터넷보다 싼 느낌이다. 매번 하는 건 아닌데 자주 한다. 8개씩 집에 들고 와서 먹었다. 기숙사 살 땐 몰랐는데 집에서 먹다보니까 컵밥도 질린다.


생각을 해봤다. 월에 58만원을 내는데 분리된 부엌을 사용하지 않다니. 엄청난 손해 아닌가? 이제 진짜 부엌을 활용해보기로 했다.


1. 오리고기

후라이팬에 구워 먹는게 맛있지만 귀찮으면 전자레인지 용기에 4분정도 돌려주면 끝이다. 기름 나오는 것도 귀찮을 때 그렇게 한다. 냉동이 아니라 냉장으로 사도 소비기한이 한 달정도라 꽤나 넉넉히 먹을 수 있다. 마트나 쿠팡이나 어디서나 냉장 오리고기는 쉽게 찾아 볼 수 있어 동네 마트 1+1할 때 가서 산다.



2. 버섯

새송이나 팽이버섯은 마트에서 천 원이면 구할 수 있다. 쿠팡도 천 원이지만 프레시 15,000원을 채우는 건 꽤나 어렵다.. 15,000원 맞추지 않아도 되는 이벤트 때만 구매한다.

버섯은 기름 안뿌리고 서겅서겅 잘라서 구워 먹는다. 고기 구울 때 산 허브솔트를 취향껏 뿌려 먹으면 최고.

귀찮을 땐 전자레인지 용기에 팽이버섯을 잘라 넣고 후추랑 소금을 대충 뿌린 후 물을 소주잔 반 컵정도 부어 3분 정도 돌려 먹는다. 사실 위에 오리고기랑 같이 우겨넣어도 된다.

버섯은 왠지 건강해지는 느낌이라 주기적으로 먹어야할 것만 같다.


3. 계란과 스팸

계란은 신이 내린 음식이 맞다.(종교 없음) 둘다 워낙 유명하니까 패스..


4. 미역

자취생의 권력으로 소중한 사람에게 미역국을 끓여줄 수 있다.

그리고 라면 너구리 끓여 먹을 때 미역을 같이 넣으면 숙주라면 대신 면이랑 함께 씹히는 오독오독 미역을 맛볼 수 있다. 생각보다 쓸모가 많지는 않지만 제일 작은 마른 미역이면 계속 먹을 수 있어서 한 번 쯤 사보는 걸 추천한다.


아직은 이정도의 식재료만 있는데 나중에는 양상추로 샌드위치도 만들고, 샐러드도 하는 생각을 하고 또 생각을 하고 생각만 하고 있다. 언젠간..! 오늘은 좀 가벼운 주제였다. 글 발행을 누를 떄마다, 이 글보다 더 잘 쓸 수 있지 않았을까 되짚어 본다. 더 좋은 글 더 좋은 표현을 생각하다가, 일단 많이 꾸준히 쓰는 법부터 해보자는 목표를 잃고 다른 방향으로 돌아간다. 주 5회 발행이라는 나만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많이 써보자는 다짐을 위해서 눈 감고 커서를 발행에 가져다 댄다.

keyword
이전 04화04. 냉동고 안은 시간이 멈춘다